경제·금융

심각한 위기없지만 잠재적 불안감 여전

■ '경제위기 재발하나' 전문가 설문가계빚 늘어 금융권 부실·소비위축 우려 우리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서울경제신문과 서울경제연구소가 정부ㆍ기업ㆍ금융권ㆍ경제연구소 등 각계 전문가 100명에게 한국 경제위기 재발가능성에 대해 설문한 결과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할 확률은 일단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100명 중 54명이 경제위기 재발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으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답한 전문가도 20명에 달했다. 이들이 응답한 위기발생 확률을 평균한 값은 32.8%. 즉 한국경제의 위기 재발가능성은 33%라고 말할 수 있다. ▶ 잠재적 불안 우려는 여전 응답자들은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기둔화 또는 침체를 초래할 정도의 악재가 부분적으로 터질 가능성은 높게 내다봤다. 미국경제 침체, 이라크전쟁,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 주요 불안요인 각각에 대해 개별적인 발생가능성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 그 확률이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인 경제적 위험가능성이 이처럼 40%를 넘는다는 것은 냉정한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경제적 불안심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경제가 다시금 침체의 늪에 빠질 확률은 42.6%(응답자 평균)로 나타났다. 최근 전미기업경제학회(NABE)가 미국경제가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20% 이하라고 판정한 것과 비교할 때 국내 전문가들이 미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불안한 편임을 알 수 있다. 미국ㆍ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은 63.8%로 매우 높은 응답분포를 보였다. 다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고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가능성 역시 46.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올 한해 동안 브라질 등 남미경제가 수시로 흔들리면서 국제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위협했던 기억을 반영한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높은 편이다. 설문결과 국내 가계부채 급증이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은 41.6%. 금융권의 부실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50.8%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가격 및 주가 등 국내 자산가격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45.6%로 보고 있다. ▶ 최대 관심사는 미국경제의 회복 여부 경제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불안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100명 중 67명의 응답자가 미국경제 침체가능성을 1순위로 꼽았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 전제할 때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56%로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미국경제의 침체가 우리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순위 2위는 미국-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가 꼽혔고, 3위는 국내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부작용이 지목됐다. ▶ 내년 성장률 4.6%, 물가 3.3%, 흑자 50억달러 전망 전문가들이 내다본 내년 경제 성장률은 4.6%. 올해의 5~6%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6%대로 장담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대적으로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3.3%로 나타나 올해의 2.6%(1~10월)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업률 역시 올해의 3.1%(1~10월)보다 높은 3.7% 수준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을 합한 경제적 고통지수는 내년 7%로 나타나 올해(1~10월)의 5.7%보다 1.3%포인트 더 높다.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분포가 넓었다. 평균 전망치는 0~50억달러 수준. 그만큼 내년 수출을 둘러싼 변수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는 달러당 1,190원, 금리(국고채 3년 기준) 전망치는 평균 5.69%로 조사됐다. 내년 경제흐름은 전반적으로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100명 중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경기가 점진적으로 하락하거나 저점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들도 33명에 달했다. 이병관기자 팽성일 서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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