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도산사건 한해 16만건… "전문법원 도입 시급"

도산법 양대 학회 심포지엄

파산위기 기업·개인 도우려면 경영에 능통한 법관 배출해야

장기 불황으로 빚더미에 앉은 개인과 기업들의 회생신청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도산전문법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파산위기에 직면한 기업과 개인을 돕기 위해서는 법적 지식뿐만 아니라 경제·경영 문제에 능통한 전문법관의 배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산법에 관한 국내 양대 학회인 도산법연구회와 한국도산법학회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도산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학회 회원들과 주요 로펌의 도산전문 변호사들은 물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법관들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위원회 구조조정 담당 공무원 등 약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우리나라 도산전문법원 도입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홍성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997년 외환위기 무렵 전국 법원의 도산사건 수는 47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6만건을 넘었다"며 "사건의 양적 증가는 물론 국내 가계부채 증가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대내외적 환경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도산절차를 운영하는 법원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우선 사건 신청건수가 가장 많고 도산 실무를 선도해온 서울중앙지법 관할하에 도산전문법원을 설치하고 이후 사건 증가 추세 등에 따라 설치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나왔다. 도산법원에서 최소 5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는 '도산전문법관' 제도 도입도 거론됐다.


도산전문법원의 설치와 전문법관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무엇보다 도산절차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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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변호사는 "도산절차는 언뜻 민사절차와 비슷해 보이지만 일반 민사절차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리의 지배하에 있는 반면 도산절차는 기업과 개인을 파산의 위기로부터 구제하는 것이 중요한 이념의 하나"라며 "특히 채무자의 면책 등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법관의 재량권이 상당히 부여되고 있어 사건을 다루는 법관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산에 직면한 기업들은 마치 '녹고 있는 얼음'과 같아 방치할 경우 조만간 사업수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며 "그 결과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불리하므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토론에서는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파산법관들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정용성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부장은 "최근 일부 판사들을 중심으로 실무연구가 축적돼 법관의 전문성이 현저히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지방법원 간에 전문성 격차가 큰 것은 채권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법관 개개인의 노력에 의한 전문성 제고는 한계가 있고 국가적 차원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산전문법원 설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역시 "법원 회생절차를 이용하고 있는 몇몇 기업을 인터뷰한 결과 '법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판단에 기초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있었다면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다'거나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 법무에 대해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법관이 배출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회생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기업의 현재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 업무수행 가능성, 미래 현금흐름 등을 내다볼 수 있는 전문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구회근 부장판사는 "미국 연방파산법원 판사는 임기가 14년인데 우리는 3년이 최장"이라며 "도산법원 설치를 통해 5∼10년간 도산사건만 전담하는 전문법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사건 담당 직원들의 전문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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