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 대지진 40여일… 유통업계 지형이 바뀐다

국내 친환경 브랜드 뜨고 인기 치솟던 日 제품 지고<br>라면 등 가공식품 수출 활기<br>원산지 마케팅도 불붙어<br>고객 유치전략은 '中高日低'


일본 대지진 참사와 잇따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사태로 국내 유통가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백화점 등 유통매장은 일본인보다 중국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던 일본 제품들은 외면 당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식품업체들은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원산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22일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도 달라진 유통가 모습은 쉽게 발견됐다. 방사능 측정기 등장이 단적인 예다. 오전11시가 되자 매장직원이 진열대에 오른 고등어ㆍ오징어ㆍ삼치 등 동해와 남해에서 잡힌 생선을 방사능 측정기로 훑고 지나갔다. 이런 광경을 유심히 살펴보던 한 고객은 못내 미심쩍은지 수산물 코너에서 발길을 돌렸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일부터 매일 오전11시와 오후1시 두 차례에 걸쳐 방사능 검사를 실시, 고객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단 오산ㆍ김해에 있는 물류센터에 방사능 측정기를 들여놓고 1차로 검사를 하고 2차로 서울역점에서 검사를 실시하는데 아직 1, 2차 모두 검출된 사례가 없다"며 "방사능 검사를 하는 매장 수를 추가로 늘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가 '中高日低' 뚜렷=일본 대지진은 백화점의 영업전략마저 바꾸고 있다. 백화점들은 일본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만큼 중국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JCB카드 사용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나 줄었다. 당장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29일~5월5일)' 특수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주요 백화점들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노동절 연휴를 맞는 중국 고객에게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이 시기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지를 바꾼 중국인들을 겨냥해 경품 증정, 쿠폰 행사 등의 프로모션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기세등등하던 일본 제품의 인기도 한풀 꺾였다. 일본 제품 선호도가 대지진 이후 미국ㆍ유럽 등으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미국 P&G의 '팸퍼스' 기저귀는 일본 지진 이후 최근 한달간(3월18일~4월17일) 구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늘었다. 독일에서 생산된 친환경 기저귀 '몰텍스 외코'와 이탈리아산 일회용 기저귀 '치코' 역시 최근 구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 사재기 열풍으로 일시 품절됐던 일본의 '군' 기저귀는 물량이 대부분 보충됐지만 판매는 부진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 베이비푸드 '와코도'는 지진 직후 약 2주간 매출이 5배까지 올랐다가 기존에 수입된 물량이 소진됨과 동시에 주문이 끊긴 상태다. 대신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일 수 있는 유럽 제품과 국내 친환경 식품 브랜드인 '초록마을'의 유아용 간식을 찾는 고객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설명이다. ◇국산제품 수출은 활기=라면ㆍ생수ㆍ김 등 가공식품 업체들은 일본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농심을 비롯해 삼양식품 등의 라면 수출물량은 평소의 2.5~3배 정도 증가했다. 삼다수를 일본에 수출하는 제주자치도개발공사는 구제역 여파로 삼다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 수출물량까지 늘어 물량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방사능 해독식품인 미역ㆍ김 등 해조류 주문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일본특수가 당장 매출에 미치는 영향보다 향후 일본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중장기적 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에 불고 있는 원산지 마케팅도 눈에 띈다. 원재료의 원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방사능 유출 이후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고려은단의 경우 비타민 제품인 '비타플렉스'의 주성분 원료가 영국ㆍ독일ㆍ스위스 등 엄선된 유럽산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을 비롯해 상당수 국내 가공식품 기업들은 일본 방사성 물질 유출에 따른 먹을거리 오염과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