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지갑을 열 수 있을까?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차 깊어 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730선대로 내려앉고 코스닥 시장의 부진은 시장 붕괴의 전조로 읽히고 있는 가운데 전체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확산됐다.
이러한 비관론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자리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현실인식과 그 동안 실질적으로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경기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30%대 수출증가율은 베이스 이펙트의 효과만 감안한다고 해도 지속되기 어려운 과도한 성장일 것이며, IT경기의 하락 반전은 품목별로 이미 시장의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 사안이라 보여진다.
따라서 최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은 기존의 성장동력에 대한 의구심의 표현이자, 또 한편에서는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수출의 모멘텀이 둔화될 경우 이를 메워주어야 할 내수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모두 만족스러운 회복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시장의 구도는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어려운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IT섹터의 약세는 전체 시장의 조정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어려운 시장여건과 비관적인 경제전망 속에서도 계절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주목해 볼 수 있는 이슈들은 존재한다. 이들의 효과가 전체 시장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최근의 무더위와 디지털 방송 표준의 확정 등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계절적으로 여름 혹서기는 관련된 산업의 특수를 보장해준다. 하지만, 10년 만에 찾아오는 무더위는 그 계절적 특수를 훨씬 강하고 길게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빙과, 음료, 주류 등의 품목과 냉방기기등 일부 내구재 품목의 경우 폭발적인 판매 신장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있다. 또한 디지털 방송의 표준 확정이 당초 예상보다 서둘러 내려지면서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각각의 사안은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독립적인 사안들이다. 하지만 3분기에 내구재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가 모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될 것이다. 여기에 8월 중에는 현대, 기아차에서 새로운 자동차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에어컨-디지털TV-자동차로 이어지는 주요 내구재의 내수 판매 동향과 혹서로 인한 음식료 품목의 판매 동향이 전체 거시경제 상황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필요하다. 주식시장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해 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