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자율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적합업종을 없애기 보다는 개선하고 보완해 진정한 동반성장의 틀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는 높였다.
<1>정확한 데이터 확보부터=먼저 면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적합업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문제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합업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외부환경인지, 잘못된 경쟁구조 때문인지, 중립적 입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들어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서로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에 산업과 업종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해 지금까지 데이터의 객관성이 떨어졌다"며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데이터를 빨리 마련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민간 자율합의 존중해야=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업계가 토론과 타협을 통해 도출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을 주문했다. 동반위도 결정 과정을 투명히 해 공신력을 높이고, 업계도 결정난 사항에 대해 뒤에서 왈가왈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반위는 지나친 시장만능과 정부만능을 지양하고 제3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 세력의 갈등을 해소시켜주는 상징적 역할과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동반위는 엄연히 민간기구고 당사자간 합의를 거친다"며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만큼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기찬 교수는 자율 합의가 우선으로, 적합업종 영구 법제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제도가 운영돼야지, 법을 만들면 정책만 있고 시장이 사라져버린다"며 "경쟁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법제화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3>대기업 양보하고 중기는 자구노력을=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중기가 유난히 많은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대기업이 산업 균형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은 3년 동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승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이나 시장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대기업에 큰 타격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자영업자가 많은 특수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교수는 "이번에 새로 재지정할 때 중소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평가해 그동안 보호해줬는데 노력을 안 했으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며 "경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경쟁력을 키우는 초등학생이 대학생과 싸울 수 있는 조건을 맞추자는 게 적합업종의 취지"라고 말했다.
<4>동반성장 업그레이드를=전문가들은 적합업종이 폐지는 맞지 않다며 엄정한 평가와 보완을 통해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단, 적합업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성장의 틀로 거듭나기 위해선 각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치 창출형 제도로 안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지금까지는 적합업종은 대립적인 모습을 띠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서로가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해외도 진출하며 각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의 가치 창출형 동반성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장우 교수도 "적합업종을 갈등을 해소하는 기제로서 결국 시스템으로 정책을 지킨다는 대원칙이 필요하다"며 "수치만 따지지 말고 적합업종 자체가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에 협상의 경험, 갈등 해소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소중하다는 인식을 통해 문화적 성숙도를 높여나가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