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은 절대 안돼!'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매각 방침에 반발, 수일째 집회를 벌이고 있는 노비타 노조의 시위 장소가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바로 앞이 아닌 길건너편인 사연은 뭘까?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노비타 노조 30여명은 지난달 18일 삼성전자가 노비타를 두산 계열사 벤처캐피탈인 네오플럭스 캐피탈에 매각한 데 반발, 지난달 23일부터 삼성 본관 맞은편 인도에서 연일 매각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집회장소는 행정구역상 남대문로 4가 동성빌딩 앞으로 돼 있다.
노비타 노조는 고용보장 명시, 24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달 30일까지 이 장소에서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의 집회가 시작된 후 삼성측은 본관 앞 경비를 한층 강화, 본관 주변에는 '삼엄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노비타 노조가 삼성 본관의 바로 앞길에서 집회를 열지 못하는 것은 삼성측이 미리 집회 신고를 내 앞마당을 '선점'했기 때문.
삼성측은 '환경캠페인'을 목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삼성본관 빌딩 주변 인도앞을 대상으로 관할 남대문 경찰서에 일찌감치 집회신고를 해 둔 상태다.
삼성측이 펼치고 있는 '환경캠페인'의 속사정은 지난해 1월29일자로 발효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10월 '외국공관 100m이내 집회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외국공관 100m이내더라도 그 대상이 외교기관이 아니고 대규모로 확산될 우려가 없거나 휴일인 경우 옥외집회 및 시외를 허용하도록 집시법이 개정됐다.
법 개정전에는 상당수 대기업 사옥에 대사관들이 입주해 있는 것을 두고, 기업들이 외국 공관을 집회. 시위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기도 했었다.
지금도 삼성본관 양 옆 태평로 빌딩 및 삼성생명 빌딩에는 크로아티아 명예 영사관,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과 엘살바도르 대사관이 각각 입주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법 개정 이후 삼성그룹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삼성 계열사의 납품업체였던 W사 노동자 시위 등 '반(反) 삼성' 성격의 집회가 잇따르기 시작했으며 이후 삼성측은 거의 일년 째 '환경캠페인' 목적으로 집회 신고를 해오고 있다.
관련 규정상 최초 집회 시작 후 한달이 지나면 매일매일 신고를 갱신해야 하기때문에 삼성측은 날마다 집회 신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에 삼성측의 환경 캠페인이 신고 일정대로 매일 개최되지 않아 경찰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삼성측은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씩 환경캠페인 현장 사진까지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만일 앞순위 집회 주최자가 집회신고를 해놓고 실제 집회를 열 수 없으면 경찰서장에게 취소통지를 하도록 해 뒷순위 집회가 열릴 수 있는 길을 터 놓았지만 취소통지에 대한 강제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삼성측이 먼저 신고해 둔 이상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집회 주최자가 신고를 해놓고 실제 집회를 열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항의성 집회가 대기업에서 남발, 정상적 업무 활동이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 차원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