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슈 앤 뷰] 아이폰6 대란으로 본 단통법의 한계

최신폰 특판세일 원하는 소비자 욕구 무시

위약금 면제·중고폰 선보상 등 통신서비스 중심 단통법 안먹혀<br>"정부 실패… 보조금 양성화해야"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난 달 31일 서울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서 구매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불법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이른바 '아이폰 대란'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통사들의 아이폰6 마케팅이 급기야 불법 보조금으로 연결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을 지지하던 이동통신 3사가 앞장서 보조금 대란을 주도하고, 정부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시장 실패'를 근절하기 위한 단통법이 오히려 '정부 실패'를 낳으면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제조사 장려금을 한 푼도 싣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이 현 단통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특판세일'을 원한다= '11·1 아이폰 대란'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의 요금할인이나 서비스 보다는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선호한다. 특히 가격 자체보다는 얼마나 할인받아 싸게 사느냐가 중요했다. 한마디로 낮은 출고가 보다는 출고가는 높지만 더 많이 할인 받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싼 휴대폰 보다는 고가 휴대폰을 크게 할인받아 사는 걸 선호한다"며 "마치 백화점에서 명품을 할인받아 싸게 사는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 중심의 시장을 통신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어 보려는 단통법은 소비자들의 이런 선호를 외면한 법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통사, 서비스 경쟁 의지·능력도 없어= 단통법을 지지했던 이통사들은 정작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보조금 경쟁에 열을 올렸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내놓은 혜택 등도 뜯어보면 생색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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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가입비 폐지는 애당초 내년 폐지 예정이던 것을 올해로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선보상 할인)은 '조삼모사'다. 제로클럽을 베낀 SK텔레콤의 프리클럽, KT의 스펀지 제로 플랜도 마찬가지다.

과거 이통사들은 보조금 대란이 날 때마다 "보조금의 절반은 제조사 장려금인데 우리만 처벌받는 건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제조사 장려금이 한 푼도 실리지 않는 아이폰 발 대란이 발생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이통사들은 '점유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가입자를 빼앗거나 지키려는 보조금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정부 실패, 보조금 양성화해야 =단통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처벌강화다. 불법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3%로 상향했고, 판매대리점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근거도 신설됐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통사들이 점유율을 지키고 뺏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의 행정력으로는 불법 보조금을 뿌린 판매점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11·1 대란이 정부 실패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다수다. 대안으로 보조금 상한 철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보조금 양성화"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이 특판세일을 한다고 해서 세일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를 '호갱'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정부는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조금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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