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리포트] 'IT 불모지' 아프리카는 잊어라… '실리콘 사바나' 뜬다

케냐·가나 등 阿 전역에 기술 허브 90곳 달해

태양광 패널·앱·E커머스… 아이디어도 다양

"5년내 2~3배 수익" 실리콘밸리 투자가 몰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정보기술(IT) 벤처들을 뜻하는 '실리콘 사바나'가 글로벌 투자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동안 아프리카는 고질적인 정정 불안, 취약한 인프라, 현금 거래에 의존하는 경제,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 탓에 벤처의 불모지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열악한 현지 사정에 맞는 혁신 IT 제품이 속속 개발되면서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리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구나 '떠오르는 아프리카'로 불릴 만큼 경제가 급성장하고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목마른 실리콘 밸리 투자가들이 앞다퉈 몰려가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90개 기술 허브= 지난해 케냐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겪었다. 갑작스런 전력 중단에 상당수 기업들의 컴퓨터 데이터가 사라지고 충전을 못해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등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 같은 재앙의 와중에서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한 벤처 기업 '브릭'(BRCK)은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바로 전력이 나갔을 때 자체 배터리를 가지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라우터 브릭을 상품화한 것이다. 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을 통해서도 충전할 수 있고 벽돌 크기라 휴대도 간편하다.

이달 중순 700개의 제품을 첫 출시하자 다른 벤처기업은 물론 비영리단체까지 아프리카 45개국에서 구매 문의가 쇄도한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브릭 역시 지난해 17만2,000달러에 이어 올해는 미 보스턴의 벤처 캐피털인 인베스트티드 디벨로프먼트 등으로부터 12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열악한 인프라가 급증 추세인 아프리카 벤처인들의 도전 정신과 결합해 아프리카 토착형 혁신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진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트디브아르의 아비쟌, 가나의 아크라,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등에 위치한 아프리카 기술 허브는 90개에 이른다.


M-코파 케냐의 경우 선불 계량기를 장착한 태양광 패널을 전기 공급이 되지 않는 마을에 팔고 있다. 전기 사용 때마다 미리 지급한 금액이 공제되는데 사용 금액이 제품 가격보다 많아지면 태양광 패널을 공짜로 준다. 이른바 '밑바닥 10억명'(bottom billion)이라는 불리는 아프리카 저소득층에 맞춘 제품도 속속 출시 중이다. 가나의 m-페디그리는 아프리카 상황에 맞게 구매 의약품의 가짜 여부를 판별해주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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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급팽창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E-커머스 업체인 몰포아프리카의 크리스 폴랸 창업자는 "나이지리아인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90% 이상을 실생활에서 구입할 수 없다"며 "구매 플랫폼을 갖추면 중산층의 소비가 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사모펀드인 헬리오스투자파트너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받아 70개의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해 78억개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를 열었다.

◇"5년 이내 수익률 2~3배" 기대감= 아프리카 신생 벤처들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선진국 투자가들도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신생 IT기업에 투자된 선진국 자금은 1억2,000만 달러로 전년의 3,100만 달러의 4배에 달했다.

시장 선점 경쟁이 벌어지면서 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투자업체인 U-스타트는 지난달 전세계 창업기업을 심사한 결과 나머지 19개를 제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진 애플케이션 업체인 '오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U-스타트는 52억 달러의 운용 자금 가운데 15%를 앞으로 2년 동안 아프리카에 할당할 방침이다. 인텔 캐피털의 마르신 헤즈카 전무도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라며 "직원들에게 사업 기회가 보이면 투자 한도를 두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강자들도 아프리카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투자 기업을 찾기 위해 매달 20개의 신생 벤처들을 모아 경연 대회를 벌이고 있다. MS는 지금까지 케냐,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5개 벤처에 1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모바일 게임, 오지에 교과서 배달 업체 등에 대해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MS의 암로테 아브델라 아프리카 신생기업 담당 이사는 "아프리카 벤처기업은 이제 막 이륙하는 중"이라며 "대부분의 엔젤 투자가들과 벤처 캐피털들이 너도나도 유망 벤처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IBM 역시 나이지리아 라고스와 모나코 카사블랑카에 혁신 센터를 두고 있다. 구글과 인텔도 아프리카에 연구 센터를 두고 있고 제너럴일렉트릭(GE)는 'GE 창고'라 불리는 시제품 개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물론 대다수 벤처들은 기술력과 사업 능력이 부족하고 이 지역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도 낮은 실정이다. 하지만 선진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풍부한 아이디어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스테파노 귀도티 U-스타트 최고경영자(CEO)는 "아프리카에는 단지 지역 차원이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만한 엄청난 사업 아이디어가 존재한다"며 "투자 이후 5년이 되기 전에 2~3배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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