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새로운 기업은 기대만큼 생겨나지 않고 기존의 기업은 고령화되고 있다. 경제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생체는 대개 80조개 내외의 세포로 돼 있다고 한다. 성인은 하루에 약 1,000억개의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고 비슷한 수의 세포가 소멸된다. 사람은 20세를 전후해 새롭게 생성하는 세포 수보다 소멸되는 세포의 수가 많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노화는 이때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인간이 끊임없는 세포 분열을 통해 성장하듯 경제도 수많은 기업의 창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간다.
우리 기업의 창업활동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경제활동을 하는 총사업자 대비 새로 생겨나는 사업자의 비율인 창업률이 날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1999년에는 기업의 창업활동이 활발했다. 위기로 주춤했던 기업활동의 반작용일 수도 있지만 창업률이 33%로 신규 사업자의 수가 기존 사업자의 3분의1에 육박해 최고조에 이른다. 물론 이 시기에 폐업률도 21%에 달했지만 그 격차가 12%에 달해 기업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그 이후가 문제이다. 창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1년엔 20.2%까지 하락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폐업률이 16.7%나 높아져 그 격차가 불과 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한국 경제의 명목성장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 하락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일과 국가의 지속 성장 여부는 기업이 좌우한다. 그 기업을 이어가는 것은 기업가들의 모험정신이다. 이것 없이는 생사를 건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갈 수 없다. 지금 한국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이나 국민의 후원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제2, 제3의 정주영ㆍ이병철이 나와야 경제는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청년사업가인 23세의 프레이저 도허티를 만났다. 도허티보다 더 부러운 것은 이런 창업을 가능케 한 영국이었다. 18세 젊은이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준 공장과 이런 제품을 대기업 제품과 나란히 진열해준 대형 슈퍼마켓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도허티의 사업이 순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피를 말리는 의사결정의 순간과 수많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렇게 스무살의 백만장자를 가능케 한 영국을 향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지난 11일 런던의 어느 만찬장 연설에서 그는 기업가적 모험정신을 가로막는 영국의 문화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외쳤다.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이 지지와 보상을 받고 축하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영국에 미래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기업하는 사람들이 도맷값으로 죄인 취급당하는 세상이다.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기업가적 모험정신은 아예 접어야 한다. 한번 실패하면 가산 탕진하고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영원히 주홍글씨를 등에 달고 살아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창업이 부진한 핵심 이유는 세 가지이다. 우선은 사회의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내 자식부터 창업하겠다면 반대한다는 사람이 52%가 넘는다. 다음으로는 실패 후 재기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적 여건이 두렵고 또 창업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제도가 미흡해 어떻게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기업 문화를 캐머런 총리가 봤다면 어떤 진단이 나올까 궁금하다. 언젠가는 우리도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기업가적 모험정신이 필요하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