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체포로 검찰의 세풍수사가 다시 불붙으면서 여름정국은 시계제로 상태다.한나라당이 14일 야당파괴와 이회창 죽이기라는 주장들을 다시 내걸고 대여 전면전을 불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사법적 차원에서 세풍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규명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회기가 이틀 남은 제205회 임시국회는 이미 파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여당이 추진하는 회기연장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업유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특검제 도입과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 문제도 폭발력이 강한 세풍사건으로 인해 일단은 실종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으로서는 金 전국장이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李총재의 정치생명은 물론 한나라당의 진로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여강공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
李총재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金 전국장의 체포를 이회창 죽이기로 단정짓고임시국회 보이콧과 특검제·국정조사 등을 통한 여야 대선자금 수사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李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나 당이 문제가 있었다면 정치를 그만두고 떠나겠다』며 『당시 후보였던 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여야 모두의 대선자금에 대해 한점의 불공정한 점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파헤쳐 밝혀지기를 요구한다』고 배수진을 친 것은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고 볼수있다.
특히 검찰조사결과 李총재측이 국세청을 동원해 모은 자금총액과 실제로 한나라당에 공식 유입된 자금액수에 현격한 차이가 확인되고, 그일부를 李총재측이 잔여금으로 보관하고 있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했음이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李총재의 도덕성은 치명적 손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여름세풍정국의 전선은 당연히 97년 대선자금 문제를 경계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李총재는 세풍사건을 대선자금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만이 역으로 세풍사건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세풍사건은 국기문란사건으로 마땅히 조사해야 하고, 검찰이 97년 대선자금 전반을 수사하고 있지도 않고, 수사할 생각도 없다는 분리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의 인식이 양 극단을 달리고 있어 조기에 접점을 찾기 어렵다. 야당은 임시국회 보이콧과 여야 대선자금 동시수사를 요구하며 또다시 장외로 뛰쳐 나가는 대여 강경 일변도의 길을 걸을 전망이다.
반면 여당은 세풍사건과 국회운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아래 야당의 국회운영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경우 제206회 임시국회의 여당 단독소집 등 정면대응해 나갈 공산도 적지 않다.
그 결과 서민·중산층 지원 등을 위한 총 1조2,981억원 규모의 제2차 추경예산안과 각종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파행이 예상될 뿐아니라, 특검제 협상 등이 실종될 것이다. 더 나아가 여권이 추진하는 정치개혁 작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세풍사건은 세풍사건대로 대처하더라도, 국회운영은 정치현안과 분리해 참여해야 한다는 분리론이 나오고 있어 여야 대치속에 국회가 정상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김종필 총리의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 문제를 놓고 자민련내 강경파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 등 공동여당 내부의 문제점들이 어떻게 노출, 정리되느냐의 문제가 맞물려 앞으로 정국을 예단하기 힘들다.
/양정록 기자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