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스며들면서 뜨끈한 구들장에 배를 깔고 누워 김치전이나 부쳐 먹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높은 하늘, 단풍과 낙엽, 그리고 감나무 아래 고즈넉이 자리잡은 한옥 한 채가 만추의 낭만을 더욱 살찌운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한옥에서 민박을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했다. 전남 영암의 월인당은 유서 깊은 고택은 아니지만 구들방이 각별해 인기를 끈다. 방은 세 칸밖에 없지만 구들에 옛날 방식으로 장작을 뗀다. 삼면이 툭 트여 햇살과 바람, 달빛이 드나드는 누마루는 차 한 잔의 여유나 술 한 잔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정자나 마찬가지다. 월출산 위로 보름달이 뜨는 밤 누마루에 나와 앉으면 '달빛이 도장처럼 찍히는 집'이라는 이름대로 안마당에 달빛이 그득하다. (061)471-7675 경북 경주에는 고택체험이 가능한 곳들이 많다. 월암재∙서악서원∙도봉서당∙종오정∙독락당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정자∙서원∙재실 등으로 사용되던 곳들인데 요즘은 모두 고택숙박체험지가 됐다. 대청마루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경주 남산 줄기를 바라보는 조망의 즐거움도 특별하다. 늦은 밤 달빛 교교한 마당을 거닐다 보면 신라시대 조상들이 속삭이는 것만 같다. 고택들 주변으로는 나정∙삼릉∙무열왕릉∙서악동고분군∙옥산서원 등 문화유산도 많다. (054)779-6083 강원 강릉 선교장은 한국 전통 한옥 중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안채∙동별당∙서별당∙열화당∙활래정 등 100여칸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살림집 면모 그대로다. 집 뒤로 수백년은 족히 됐음직한 노송들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긴 행랑 사이로 날아갈 듯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역사를 대변해준다. 샤워실∙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편리하다. (033)646-3270 경기 가평의 한옥 숙소 팜카티지는 서울 잠실 풍납토성에 있던 200여년 된 가옥을 1980년대에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성춘제와 천리제 등 2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성춘제는 한옥 형태가 완연히 남아 있는 반면 천리제는 벽난로 등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이곳까지 육로 외에 유람선을 타고 청평호를 가로질러 갈 수도 있다. (031)584-7279 경남 거창 황산마을은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건립된 한옥 50여채가 밀집해 있고 10여가구가 민박을 운영한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황산2구 마을은 벽화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벽화를 감상하며 천천히 거닐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황산마을 바로 앞은 거창 제일의 명소인 수승대 요수정이라는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가을정취가 일품이다. (055)940-3422 경북 안동 옥연정사는 서애 유성룡이 손수 짓고 머물렀던 곳으로 4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소박하면서도 절제미가 어우러진 건물은 대문간채∙안채∙별당채∙사랑채 등 4동의 독립 별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 머물면 서애 선생이 머물렀던 흔적과 징비록을 저술하며 학문에 힘쓰던 시간을 동행하는 기분에 젖어들 수 있다. (054)857-7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