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는 한창 잘나가던 시절 ‘제너러스 모터스(Generous Motors)’로 불렸다. 임금은 높고 연금 등 복지 혜택이 많은 GM은 미국의 블루칼라에게 선망의 직장이었다.
지난 1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GM에는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계획이 파산법원의 판결로 실행되면 미국 정부는 60%의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비판적 논조를 보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예 ‘오바마 모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던 GM은 이제 국민 세금을 판돈으로 위험한 도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파산보호가 회사의 몰락이 아니라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그는 “이제 올드 GM은 끝났고 새로운 GM이 시작된다”며 “파산보호는 새로운 GM으로 가는 고통스런 탄생”이라고 표현했다.
한때 50만명이나 되던 GM의 일자리는 6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2만명을 더 줄인다고 한다. 54%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9%로 떨어졌고 그나마 ‘배드 GM’의 4개 브랜드가 청산되면 15% 유지도 버겁다.
GM의 몰락 배경에는 강성 노조와 복지병도 있지만 시대 흐름을 거꾸로 읽은 근시안적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GM의 위기는 오일 쇼크 이후 일본차가 상륙하면서 전조가 보였다. 1980년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다품종 체제에 돌입하면서 고비용 생산구조가 정착했고 1990년대 노조의 파업과 과다한 복지는 GM을 속으로 곪게 만들었다. GM의 경영진은 이윤이 많이 남는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몰두하면서 고비용 구조를 돌파하려 했지만 비승용차 부문은 GM 파산을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거번먼트 모터스’의 운명을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시장론자들은 멸종을 앞둔 공룡으로 비유한다. GM의 위기가 폭발한 지난해 말 기자가 인터뷰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TV 생산을 중단한 것처럼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날도 머지않았다”며 “정부의 보호 여부에 따라 생존 기간만 달라질 뿐”이라고 진단했다.
GM의 몰락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 타산지석이다. 반도체와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순간 방심하면 후발 주자에 밀리고 혁신이 없으면 GM처럼 멸종을 앞둔 공룡이 될 수도 있다. GM이 고비용 구조를 털어냈음도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다 해도 취약한 펀더멘털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