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한과업체 '아셈 특수'
품평회 입상 17종 날개돋친듯 팔려
다음달 20,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전통술·한과업체들이 특수(特需)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농림부가 아셈 테이블에 올릴 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개최한 「한국전통식품 세계화를 위한 품평회」에서 입상한 17종의 전통식품들이 날개 돋친듯이 팔려나가자 업체들은 「주문사절」을 할 정도로 제품만들기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품평회에서 전통주류부문 대상을 차지한 「선운산 복분자(覆盆子)술」. 이 술은 맛과 향, 입안의 촉감 등이 뛰어나 외국인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품평회 심사위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특히 아셈회의 공식만찬석상의 건배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지자 주문이 평소보다 2~3배나 늘어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산지인 전북 고창과 가까운 전주 외에 서울의 현대백화점과 「한국전통주」에도 납품되는 복분자술은 주문이 쇄도하자 그동안 간간이 들어오던 우편주문은 당분간 받지 않기로 했다.
경북의 「영양장생주(사장 임증호·林澄鎬·48)」에서 제조되는 초화주도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으로 미처 공급을 못하고 있다.
주재료인 쌀·밀 외에 약용성 부재료인 꿀, 산초 등을 첨가해 만드는 초화주는 林사장이 직접 딴 질좋은 아카시아 꿀로 만들기 때문에 향이 아주 좋아 경북 영양지방에서는 명사들이 즐겨찾는 술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산주업체와 마찬가지로 영양장생주도 영세해 지금까지는 자금난으로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에 품평회 이후 주문이 갑자기 밀려오지만 바로 공급할 수가 없어 林사장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보통 준비에서 공급까지는 6~7개월 걸리는 관계로 서울 등 대도시에 납품하려면 내년 6월은 돼야 한다.
30년 이상을 술담그는 일을 해온 林사장은 『혼이 담긴 전통술로 양주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지난 4월 말 벤처농업설명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 품평회에서도 선물용품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본정(사장 이종태·36)」의 옹기인삼초콜릿은 제품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거래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제품의 특성상 공급이 제한돼 있어 공장을 풀가동하고도 제때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밖에 「제주특산」에서 생산하는 제주유자차는 이번에 은상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도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과거 70년대에 중국과 미국의 수교과정에서 닉슨과 마오쩌둥이 마신 중국의 마오타이주(酒)가 세계적인 술로 부상했듯이 우리의 전통식품도 이번 아셈을 계기로 세계적인 제품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오철수기자
입력시간 2000/10/01 18:56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