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장기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외인 '천수답 증시'에 실적부진까지… 선진국과 디커플링 심화

외국인 사자에 지수 오르면 펀드 환매로 하락 반복

상장사 3년째 순익 줄고 법정관리 등 리스크도 커져

주주 친화 정책 펴고 소통 강화… 시장매력 높여야


지난 2일 2,015.28포인트까지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해 7일 다시 2,000선 부근으로 내려앉았다. 지수가 상승하자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로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7일 4거래일 동안 투신권은 4,344억원을 내다 팔았다. 올해 코스피는 2,0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연기금과 외국인의 매수로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외국인의 매도와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며 다시 2,000선을 반납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1월2일 1,967.17포인트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상반기 동안 단 한 번도 2,020선을 넘지 못했다.

이는 올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3~4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코스피 최고점은 2,228.96포인트(2011년 5월2일)였다. 이후 2012년과 지난해에는 2,200포인트는 고사하고 단 한 번도 2,100포인트를 돌파하지 못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외국인만 쳐다보고 조금 오르면 펀드 환매만 원망하는 천수답 증시가 됐다.

한국 증시가 이처럼 장기간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부진이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는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을 반영한다"며 "미국은 기업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반면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3년 연속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줄었으며 올해 2·4분기까지도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외 여건은 다들 대동소이하다"며 "국내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매번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히 한국 기업의 실적부진이 부각되는 배경에 대해 "환율 문제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STX·한진·동양·동부 등의 기업 리스크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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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와 이로 인한 코스피 부진은 같은 신흥국이면서도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대만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이민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2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55배에 달한다"며 "2001년 이후 코스피의 평균 PER가 9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 주식은 겉으로는 싸 보여도 실적에 비하면 비싼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대만의 경우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 가격이 비싼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적과 같은 일시적인 문제를 떠나 한국 주식시장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갈수록 커지고 있는 외국인의 영향력을 감안해 배당성향 증가, 주주친화 정책 등을 통해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2001년 14.1%에서 올해는 24.7%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투자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외국인들도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경향이 크지 않았다"며 "외국인들도 단기적인 수익률을 보고 사고파는 행태를 반복하다 보니 추세적으로 지수 상승이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적인 시장 충격에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시장에 대해 "한 마디로 재미없는 시장"이라며 "기업들의 성장성도 낮고 배당 노력도 두드러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외국인들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 안 나오고 배당수익률이 2% 이상 안 되면 주식으로 보지도 않는다"며 "대만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연간 2% 정도 되고 심지어 중국도 3% 정도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짜기로 유명하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1.32%이며 현대차도 1.6%에 그쳤다. 반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2.68%, 인텔은 2.89%로 삼성전자보다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3.18%, 포드는 2.89%였다.

기업들이 주주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주주들과 대화를 하고 대만 기업들도 이러한 소통에 능하다"며 "한국 증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기업문화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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