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G폰 사용자 설자리 좁아진다

"새 휴대폰으로 바꾸려면 번호·통신사도 바꿔야…"<br>KT·LG, 장비비용 줄이려 가입자 줄이기 적극 나서<br>SKT는 "로열고객 지키자" 2G 핸드폰 지속적 출시


# 보험 영업을 하는 김모 씨는 최근 휴대폰을 새로 장만하려 집 근처 휴대폰 매장에 들렀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쓰던 휴대폰이 낡아 최신 휴대폰으로 바꿀 계획이었지만 현재 가입한 통신사를 유지하면서 고를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업무상 휴대폰 번호를 바꿀 수도 없어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매장 직원은 "2G 휴대폰 사용자는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바꿔야만 최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2세대(G)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2G 휴대폰’을 출시하지 않으면서 기존 2G 휴대폰 사용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2G 휴대폰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30% 수준인 1,490만명에 달한다. 이중 SK텔레콤 2G 가입자는 880만명에 달하며 KT는 220만명, LG유플러스는 170만명이 2G 가입자다. ‘2G 가입자 줄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KT다. KT는 지난달 삼성전자 '프리지아', LG전자 '와인', KT테크 'EV-K160' 등의 모델에 대해 단말기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 2008년 이후로 2G 휴대폰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2G폰은 5종 정도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도 올해 모두 25종의 휴대폰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지만 2G 휴대폰은 제외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LG유플러스는 출시되는 휴대폰의 절반 가량을 2G 휴대폰으로 내놨지만 올해는 스마트폰과 리비전A 방식의 휴대폰만 선보일 계획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최근 2G 휴대폰인 팬택 '우드'와 LG전자 '핫라인' 등을 선보이는 등 2G 가입자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출시 예정인 55종의 신규 휴대폰 중 10여종을 2G 휴대폰으로 출시하는 한편 조만간 2G 스마트폰도 선보일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2G 휴대폰을 출시하지 않는 것은 2G 가입자를 하루라도 빨리 3G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2G 가입자가 줄어들면 현재 운용 중인 2G 통신장비에 소요되는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여 4G 통신망 구축을 서두를 수 있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2G 고객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G 가입자에 비해 2G 가입자에 통화료가 많고 충성도가 높은 이른바 '로열 고객'이 많은 데다 2G 가입자가 많을수록 향후 800MHz의 주파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2G 휴대폰 가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고장이 나면 010으로 번호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휴대폰 선택권이 크게 줄어든다. 최근 사회적인 현상으로 떠오른 ‘스마트폰 열풍’에서도 2G 사용자는 소외되고 있다. 해외에는 2G 스마트폰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국내 2G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번호를 변경해야 한다. 여기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010으로 일괄 통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갈수록 2G 휴대폰 사용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는 010 번호통합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반면 2G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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