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변리사 ‘동거’ 늘어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호사와 변리사간 짝짓기가 활발하다. 지난 6월 법무법인 광장과 제일법률특허사무소의 합병 조인식에서 양사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변호사와 변리사의 ‘동거(同居)’가 확산되고 있다. 법률시장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데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라 한지붕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겉으로는 업무 영역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면서도 물밑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제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전문 기술지식을 지닌 변리사들의 강점과 손해배상ㆍ불공정거래 등 소송분야에서 풍부한 소송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결합,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게 짝짓기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법무법인 광장과 제일법률특허사무소가 지난 6월 전격적으로 합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장 등 대형 로펌들이 변리사들을 대거 고용하는 방식으로 토탈 서비스를 시작한 게 1차 빅뱅이라면 최근에 진행되는 2차는 소규모 형태로 합종연횡이 이뤄지며 세분화하고 있다. 변호사 1~3명과 변리사 5~6명이 연합군을 형성해 같이 살림을 꾸려가는 것. 이들은 같은 사무실을 쓰지만 사업 등록은 따로 하는 사례가 많다. 변호사가 변리사 등과 공동사업자로 등록하고 특허변리업무 등을 처리하는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소형 사무소는 효율성을 감안해 대형 로펌과 유사하게 변호사가 변리사를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가(街)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곳으로는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 AIP법률특허사무소 등 최소 20여개사가 꼽힌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경우 변호사 1명에 변리사 5명이 근무중이다. 이 회사의 오창국 변호사는 “특허 출원이 많아지면서 특허관련 소송을 문의해 오는 경우가 느는 추세”라며 “형ㆍ민사소송에 집중하고 있는 변호사로서는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때가 있는데 변리사와 함께 일하면 이같은 요구도 충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의 니즈(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함에 따라 고객을 놓치지 않으면서 수익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AIP법률특허사무소는 변호사 3명과 변리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설립 초기에는 변호사 1영과 변리사 4명이었으나 특허 등 지재권 소송 등이 증가함에 따라 조직도 커졌다. 이 곳에는 특허 변호사로서 명성을 날리며 지난 98년 국내 최초로 98년 특허법원 판사로 특채되기도 했던 이수완 변호사를 중심으로 축적된 판결경험과 연구지식을 바탕으로 업계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지재권 관련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변호사와 변리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관계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개인과 중소기업. 대기업의 경우 대형 로펌을 선호해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자문료 등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업체를 찾기 때문. B특허법률사무소의 한 변리사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지만 단독 및 소규모 변리사업계는 경쟁 격화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생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업 변리사와 변호사, 중소형 로펌과의 제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