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1ㆍ4분기부터 3ㆍ4분기까지의 경상수지가 8,29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4ㆍ4분기에는 국제유가의 하향안정세와 수출호조세가 지속돼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여 연간으로는 20억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65억6,000만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40억달러 이상 축소된 것이다. 이처럼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것은 수출증가세 둔화와 고유가로 인한 수입 부담 증가로 상품수지의 흑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수지와 경상이전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대외 경제 환경은 경상수지에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이며, 국제유가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입 증가와 서비스수지 및 경상이전수지의 악화 요인인 원ㆍ달러 환율도 미국의 달러화 약세로 올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가 올해보다 약 70억달러 축소된 170억달러에 그치는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인 190억달러 내외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 결과 오는 2007년의 경상수지는 4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의 내수경기가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하에서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전환한다고 하니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게 되면, 수출에 따른 생산과 고용의 증가에 비해 수입으로 인한 생산과 고용의 위축 정도가 더 클 수가 있다. 이러한 점이 경상수지 적자국들이 상대 경상수지 흑자국들에 실업을 수출한다고 비판하는 근거이다. 게다가 카드 버블로 인한 극심한 내수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수출 등 대외 부문의 부진은 경제성장률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줄 것이 분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서비스수지와 경상이전수지, 소득수지의 적자 요인들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의 적자 확대는 일반화된 해외여행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와 글로벌화에 따른 해외 교육 서비스 수요 증가에 기인하다. 더욱이 정보기술(IT)산업 비중의 확대와 시장 개방의 결과로 해외저작권 등 사용료와 경영 컨설팅 등 사업 서비스의 지급도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해외 송금이 증가하고, 외환위기 이후 증가한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배당금 및 이자 지급 등은 각각 경상이전수지와 소득수지의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의 기조적 전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품수지의 흑자를 확대하고 서비스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현재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 주력품목 이외에 세계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품목의 개발이 필요하다. 기업은 기술ㆍ디자인ㆍ마케팅 능력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정부도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수출용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통해 수출의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대에는 100달러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35.4달러를 수입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38.9달러로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국내 관광 인프라를 선진화시키고, 공교육 개혁과 교육시장 개방 등을 통해 해외여행과 유학 및 연수에 대한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고 외국인 수요를 유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해외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 서비스산업의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경상수지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한 한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에도 필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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