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9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내놓은 야심작 아이맥(iMAC)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다. |
|
-잡스의 시대 저물다
-잡스 없는 애플, 얼굴 없는 인형 되나.
-1인 체제에서 집단 리더쉽 체제로 전환 될 듯
‘검은색 하프 터틀넥과 물 빠진 청바지, 동그란 무테안경, 운동화….’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여년간 공식 석상에서 고수해온 스타일이다. 잡스는 자신만의 심플한 패션과 화려한 언변으로 아이폰ㆍ아이패드 등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왔다.
잡스가 애플의 CEO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 그의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됐다.
잡스와 함께 오랫동안 일하며 그를 지켜본 피아니스트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마이클 홀리는 그의 리더십을 ‘그 누구도 대체하기 힘든 재능과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했다.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잡스 없는) 애플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2~3년 뒤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잡스의 시대 저물다=잡스의 공식 사임 소식이 알려진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글로벌 IT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애플에서 잡스가 차지하고 있는 리더십이 절대적이었고 그가 글로벌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음을 지적한 것이다.
IT 전문지 PC매거진의 전 편집장인 로랜스 울란도프는 “우리 모두 언젠가 잡스가 사임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충격적”이라며 “팀 쿡이 CEO를 맡겠지만 한 시대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 인수, 휴렛팩커드(HP)의 개인용컴퓨터(PC) 사업 분사로 요동치고 있는 격동의 글로벌 IT 업계에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잡스 없는 애플, 얼굴 없는 인형 되나=잡스 사임 이후 애플의 미래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우려와 탄식이 교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잡스가 만들어놓은 로드맵에 따라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2~3년 뒤가 문제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포그 NYT 기술담당 칼럼니스트는 “애플의 위대한 제품들의 영향력이 2년은 가겠지만 그 이후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잡스=애플’이라는 공식이 깨진 이상 애플의 미래 역시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란도프 전 편집장은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 하나하나에 잡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며 “앞으로 애플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장점은 잡스가 만든 특유의 ‘벤처 같은 기업 문화’와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그만의 ‘통찰력’에 있다. 때문에 잡스와 같은 역량을 가진 인물이 부재할 경우 애플이 그들만의 기업 문화와 통찰력을 상실할 수 있으며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애플 역시 빌 게이츠가 떠난 이후 기업문화가 훼손된 늙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인 지도 체제에서 집단지도 체제로=애플은 앞으로 잡스 중심의 1인 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새로 CEO를 맡은 쿡에게 경영의 무게가 실리겠지만 조너선 아이브, 론 존슨 부사장 등도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통찰력으로 애플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해온 잡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상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잡스는 회장으로서 멘토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애플이 새로운 CEO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인 ‘아이클라우드(iCloud)’와 ‘아이폰 5’ 등 신제품의 출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아이클라우드 서비스가 9월부터 시작되고 아이폰5가 10월 중순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