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7일] 양날의 칼, 삼성특검

105일간의 삼성특검이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불법행위자들을 기소한다. 무려 세 달이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삼성그룹은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수사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특검 수사가 ‘면죄부 주기’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팩트’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이성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 대신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수뇌부의 혐의 내용과 처벌 수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두 눈을 부릅뜨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한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럴 바에야 다시 검찰에 수사를 넘기라”며 특검 수사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만약 특검이 김 변호사가 제시한 결정적 물증들을 묵살하거나 배척하고 의도적인 부실 수사를 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빠짐없이 범죄행위를 색출하려는 원칙을 지켰음에도 당초 의혹과 다른 결론이 나왔다면 처음 문제제기에 신빙성이 있었는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냉정한 검증 과정 없이 자신이 바라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부실 수사라고 강변한다면 그건 악의에 찬 음해일 수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김 변호사의 폭로 중 유일하게 사실에 부합하는 삼성그룹의 혐의는 차명계좌 운용이다. 이미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등에 대한 배임 논란은 새로운 혐의가 못 된다. 반면 충격적인 폭로였던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불법로비 등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한 범죄행위가 입증될지 의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위해 거제 앞바다에 (건조 중인) 배들이 있는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삼성물산이 해외 법인과 본사와의 거래에서 금액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곧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 이다. 이번 사태로 삼성그룹은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해외 신인도에 커다란 흠집이 났다. 올해 경영계획도 확정 짓지 못하고 핵심투자 판단도 보류하는 등 반년 가까이 그룹 경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오늘 오후3시면 온 나라를 뒤흔든 ‘폭로’의 진위가 판가름 난다. 재계는 물론 국민들은 김 변호사의 진실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 고소ㆍ고발 때문에 기업과 경제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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