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퇴직금도 베팅…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로 돈 몰린다

위험자산 투자한도 40%→70%로 확대에

고수익 추구 가입자 주식형으로 속속 갈아타

이달들어 620억이나 유입… 채권형상품 앞서



주식형 퇴직연금펀드가 약진하고 있다. 이달 초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종전 40%에서 70%로 확대되자 초저금리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가입자들이 주식형 퇴직연금으로 속속 갈아타고 있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해외주식형 포함)에 유입된 자금은 620억원으로 올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에 유입된 자금 1,230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는 퇴직연금 자금이 몰리는 올해 1월 96억원의 자금이 몰린 후 5월까지 매달 평균 55억원 정도만 유입됐지만 지난달 333억원으로 훌쩍 증가하더니 이달에는 절반도 지나지 않아 올해 총 유입액의 절반 이상이 몰렸다. 반면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에는 876억원이 유입됐으며 채권형 퇴직연금펀드에는 617억원이 들어와 주식형펀드보다 유입된 자금이 적었다.


국내에서 운용하는 주식형 퇴직연금펀드 중 이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펀드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자(주식-재간접)종류A'로 156억원이 몰렸고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자 1(주식)종류C'에 137억원이 유입돼 뒤를 이었다. 두 펀드 모두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매달 1억~2억원 정도만 유입됐지만 지난달부터 자금 유입 규모가 급증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KB퇴직연금배당자(주식)C'에 19억원이 들어오면서 가장 자금유입이 활발했고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자(주식)C형'이 16억원이 유입되면서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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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달 들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은 8일부터 확정기여형(DC)과 퇴직연금의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종전 40%에서 70%로 확대되면서 주식형펀드를 퇴직연금펀드로 편입시키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40%였을 때는 주식형펀드를 추천하는 것은 어려워 주식 투자 비중이 40%인 채권혼합형펀드만 가입자에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혼합형펀드 2종류, 주식형펀드 2종류 이런 식으로 가입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가입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조용호 KB자산운용 퇴직연금팀 부장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확대된 후 주식형펀드를 추천 상품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늘었다"며 "공격적 투자 성향의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펀드 시장의 판도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판매사들의 준비가 부족해 적극적인 판매 활동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판매사들이 운용 과정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70% 넘어설 경우 가입자에게 통보하는 등의 운용 시스템을 비롯해 주식형펀드 비중을 높인 포트폴리오 등을 갖춰나간다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로의 자금유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규석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마케팅본부 이사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안정 지향적 특성 때문에 현재 채권혼합형펀드 중심의 시장이 주식형펀드 중심으로 급변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하지만 예전부터 주식형펀드 비중을 높이려는 요구가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까지는 자금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형펀드가 채권혼합형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닌 만큼 무작정 주식형펀드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이 이사는 "안전자산 비중을 60%로 고정한 상황에서 채권혼합형펀드를 주식형펀드로 교체하는 것은 사실 수익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 기대 수익률은 높아지겠지만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알고 가입자들은 펀드 교체나 신규 가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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