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TPP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TPP가 발효되면 매년 의무수입하는 쌀(68만2,000톤)과 별도로 미국산 쌀을 5만톤 수입하고 발효 4년차부터는 연간 2,000톤씩 더해 수입량을 최대 7만톤까지 늘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5만톤 이상 수입 불가' 입장에서 일본이 한발 양보한 셈이다. 이는 TPP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자동차 원산지 인정비율과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과 관련한 미국 측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다른 TPP 협상국인 호주와 베트남에도 쌀을 추가로 양보해 최종 10만톤가량의 쌀을 추가로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쌀 시장을 더 열기로 하면서 한국도 TPP 참여 때 쌀 시장 추가 개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쌀 시장을 보호해오고 있는데 일본이 시장을 연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쌀 보호 수준이 일본보다 높다는 점은 향후 협상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올해 쌀 시장을 개방하며 일반 수입쌀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최고치인 513%의 관세를 매겼다. 대신 매년 40만8,700톤의 쌀을 5% 저율할당관세(TRQ)로 들여온다. 한국에 앞서 1999년 일찌감치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은 1㎏당 341엔의 관세를 부과한다. 현행 관세율로 따져보면 200~300%쯤 된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TRQ는 아예 무관세인데다 물량도 68만2,000톤으로 한국보다 많다.
TPP에서 미국·일본의 쌀 합의안이 대원칙으로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일본 수준에 맞추려면 쌀 TRQ 물량을 더 열고 TRQ 관세(5%)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시장개방 압력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한국이 TPP 협상에서 쌀 시장을 고수하다가는 우리보다 기술경쟁력이 높은 일본에 공산품 시장을 더 열어야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의 쌀 시장을 더 열지 못하면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이 열지 못한 한국 시장은 쌀과 일부 서비스업 등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저율할당관세(TRQ): 국제 협정 또는 수입국의 필요에 따라 일반 품목보다 낮거나 무관세로 들어오는 관세제도. 우리나라는 일반 수입쌀 관세율을 513%, TRQ 물량(44만8,700톤)에 대해선 5%로 각각 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