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자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이동통신 IMT_2000 기술을 점수로 치면 「99점」 정도 된다. 처음 이동전화를 도입할 때 아무 기술도 없어 모토롤러 등 외국회사에 안방까지 내줘야 했던 시절의 점수는 당연히 「0점」이었다.그러던 우리나라 통신기술이 「50점」을 넘어서게 된 것은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전환점이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CDMA를 상용화한 뒤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노력한 결과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CDMA 군단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기술은 여전히 미국 퀄컴사에 의존해 왔다. 50점 짜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삼성의 IMT_2000 개발은 다르다. 껍데기는 물론이고 속에 들어가는 반도체 핵심 칩을 포함해 소프트웨어까지 국산화했다. 「0」으로 시작해 마침내 만점에 가까울 만큼 기술자립에 성공한 것이다.
더 큰 의미는 CDMA 원천기술 보유회사인 미국의 퀄컴이나 세계 최고 통신장비 업체인 루슨트테크놀러지스 등보다 오히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이들 어느 회사도 IMT_2000 기술을 모두 개발했다고 발표한 곳은 아직 없다.
특히 IMT_2000이 가진 시장 파괴력을 감안하면 이번 개발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IMT_2000은 세계 어디에서나 음성은 물론 데이터와 동영상까지 자유자재로 송수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모든 통신수단을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꿈의 이동전화」다. 이 기술을 확보하는데 우리나라가 외국 유수 기업을 앞질렀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1위의 PCS 회사인 스프린트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DMA 개발에 주력한 결과 삼성은 연간 30억달러 규모의 휴대폰을 수출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IMT_2000 기술개발로 인한 파급 효과는 CDMA를 오히려 능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IMT_2000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려 단말기 수요만 2000년에 50만대, 2005년 9,200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 IMT_2000 단말기 어떤 기능이 있나
모양과 크기는 일반 휴대폰과 비슷하다. 여기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해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도 이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게 된다. 동영상 전송속도는 초당 15~20 프레임. 따라서 상대방의 움직이는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 등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를 감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할 경우 각종 현장의 동영상을 중계할 수도 있다.
또 144KBPS 속도의 무선 데이터 통신 기능이 있다. 이는 현재 유선전화보다 빠르고 일반 휴대폰과 비교하면 속도가 10배 정도 빠른 수준이다. 삼성은 2002년께 이 속도를 IMT_2000 표준인 384KBPS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통화 대기시간이 종전 휴대폰보다 2.5배 가량 길다. 또 통화시간도 최소 1.5배 이상 길다. 무게도 90G으로 가벼운 편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본격적으로 쓰일 2000년 하반기께는 무게를 50~70G으로 더 줄일 계획이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