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24일 125억 파운드 규모의 부가가치세 인하를 포함해 총 200억파운드(297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재정적자가 확대돼 납세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발표한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예산안 초안에서 "장기적이고 심각한 경기 침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12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를 현행 17.5%에서 15%로 인하된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384파운드짜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할 것으로 보이는 영국인들은 평균 10파운드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영국정부는 또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1,464억 파운드 규모의 채권과 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800억 파운드에 비해 83% 늘어난 것이다. 달링 장관은 "지금은 비상 조치가 필요한 위기 상황으로 당장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 부양책은 지난 1988년 이후 최대 규모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내년에는 1,180억 파운드에 달해 GDP의 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부는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2011년부터 15만 파운드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높이고 국민보험금을 0.5%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또 일명 도덕세라 불리는 알코올, 담배, 휘발유에 대한 세금도 인상해 늘어나는 적자 폭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BBC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 열심히 일한 사람을 응징할 생각은 없다며 소득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토니 블레어 전 정부의 '신노동당 노선'을 버리고 전통적인 좌파 노동당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가 특히 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것은 가계 부채가 많은데다 금융위기로 주력 산업인 금융업이 초토화되면서 선진 7개국(G7)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이 내년 1.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0.7%), 독일(-0.5%), 일본(-0.2%)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이다. 달링 장관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에 예상했던 2.25%에서 마이너스 성장(-0.75~-1.25%)로 큰 폭으로 낮췄다.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자 영국 FTSE100지수는 9.84%나 폭등했고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1.8% 상승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 부양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언스트앤드영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로 구드윈은 "이번 부양책이 영국 경제가 시동을 거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을 주겠지만 극심한 침체로부터는 구해내는 마법탄환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세금 폭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수당의 조지 오스본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정부 부채를 두 배 증가시키고 향후 경기회복기에 터질 엄청난 세금 폭탄을 설치함으로써 이 나라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간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