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세돌의 一擊

제3보 (35~43)



세력은 효용가치를 가질 때 빛난다. 그것은 권력과 같아서 손에 틀어쥐고만 있으면 온전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것을 이용하여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 좌하귀 방면에 조성된 백의 세력은 좌변의 흑진과 우하귀의 흑진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구리는 우선 흑35로 뛰어 좌변을 보강했다. 이 자리는 그야말로 쟁탈의 급소에 해당한다. 이 방면을 백에게 역으로 점령당한다면 백의 세력은 입체적인 양상을 띠게 되어 대번에 흑이 비세로 떨어질 것이다. 백36의 수비는 지극히 당연하다. 3선에 두지 않고 4선에 둔 것은 좌변 흑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그 수로 아예 좌변의 흑진을 폭파하러 갈 수는 없었나?"(필자) "가능하긴 하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게 될 겁니다. 그건 하수의 착상입니다."(윤현석) 참고도1의 백1로 움직이면 좌변의 흑진을 폭파할 수가 있다. 그러나 흑에게 10의 통렬한 반격을 허용하게 된다. 이 코스는 혹시 좌상귀의 백이 살더라도 흑이 대세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흑39로 지킨 것은 정수. 이때가 문제였다. 검토실에서는 백이 A로 단수를 치든지 아니면 우하귀를 41의 자리에 걸쳐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놓인 수는 실전보의 백40이었다. "좌변을 한 수 더 지키라는 위협인데 구리가 말을 잘 들을지 의문이네요."(홍민표) 구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실전보 흑41로 모양도 좋게 지켜 버렸다. 이렇게 되면 이세돌이 화를 낼 차례인데…. "패는 낼 수 있지만 그게 그다지 유력한 작전 같지는 않네요."(홍민표) 홍민표는 참고도2를 만들어 타이젬에 올렸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길로 가지 않았다. 실전보의 백42로 쳐들어갔다. "으악! 그 수가 되나요?"(홍민표) 정말 수가 성립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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