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 13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교육정책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교육 관련 현안들은 지난 6월 말 김진표 전임 부총리가 사의를 밝힌 후 김 부총리마저 물러나기까지 한달 이상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김병준 부총리가 2주 만에 낙마하면서 대학 구조조정과 교원평가제, 교원성과급 차등지급 등 교육개혁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일 교원성과급 차등지급폭 확대에 반발, 교사들로부터 1,0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모아 이달 말 교육부에 반납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원평가제와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겠다던 김 부총리가 물러나면서 교육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후임 교육부총리가 결정되더라도 김 부총리에 비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전교조 등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모집 시도 제한을 오는 2010학년도로 연기한 결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취임 전 청문회 과정에서 외고 모집제한 시기를 2008학년도에서 2010학년도로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고 이후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교육감들의 동의를 받아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외고 모집제한 2년 연기가 매끄러운 절차를 거쳐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총리가 바뀐다고) 또다시 모집제한 시기를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총리의 사퇴는 대학사회에 만연한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연구실적 부풀리기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교수 시절 동일 논문을 교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고 이를 두뇌한국(BK)21 사업실적으로 이중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또 김 부총리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 같은 관행이 당시 대학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답변한 만큼 향후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학계의 노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논문 논란 속에 BK21 사업의 부실한 사후 평가체계도 문제로 지적됐음을 고려할 때 BK21이나 누리사업 등 대학 연구비 지원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작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시민단체 반응- "늦었지만 다행"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교육 및 시민단체들은 늦었지만 적절한 판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다만 이들 단체는 교육수장의 잦은 교체로 교육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일 성명을 통해 "김 부총리의 사퇴는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사퇴를 요구해왔고 각종 의혹에 휩싸여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또 "참여정부 들어 벌써 6번째 교육부총리를 맞아야 하는 교육계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정치적 코드 인사에 연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민숙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길어져 업무 공백이나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했는데 사의를 표명해서 잘됐다"며 "차기 부총리는 교육적 전문성과 교육 공공성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팀장도 "사퇴결정은 적절한 판단이며 논문 실적 부풀리기는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사퇴표명이 너무 늦었다"면서 "다만 교육 수장이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청와대에서 검증을 철저히 해 인선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없는 사람을 후임 부총리로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