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50선을 넘어서는 베어마켓 랠리가 전개되자 주식형펀드 환매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2월 들어 하루 평균 100억원(상장지수펀드 ETF 포함)에 가까운 자금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가면서 환매 욕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펀드가 손실 회복구간에 진입하지 못한 만큼 섣불리 환매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손실 만회가 이뤄진 해외 펀드에 대해서는 과감한 환매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권하고 있다.
15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따르면 12월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ETF 포함, 총 81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해외 주식형펀드도 776억원이 유출됐다. 하루 평균 144억원의 자금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셈이다.
자금 이탈 자체만 놓고 보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최근의 자금 유출이 ‘베어마켓 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 발생한 일부 차익실현 내지 손실만회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 들어 월간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난 때는 9월과 10월 두 차례. 당시의 주식형펀드 환매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전례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자금을 빼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달 21일(914.02포인트)을 저점으로 코스피지수가 단기간 내 200포인트 이상 급반등한 가운데 자금 이탈이 소규모로나마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버틴 투자자들은 큰 규모로 장기 투자해 마이너스폭이 얼마 되지 않거나 지난해 말에 들어가 손실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두 가지 사례 모두 최근의 단기 반등만을 놓고 자금이탈을 강행하기는 힘들며 인덱스와 가치형 등 보수적 상품을 중심으로 꾸준한 장기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단기 반등구간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12월 펀드시장은 경기침체와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혼조세 내지는 단기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원금 손실폭이 여전한 지금 상황에서는 자산 배분보다는 단기적 대응으로 손실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방향을 떠나 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불안한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부 프런티어 마켓펀드나 중국ㆍ브릭스 펀드는 점검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