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라마 속 책 PPL 성공·실패 원인은

주인공 캐릭터·줄거리에 녹아들어야 뜬다

'별그대'의 '에드워드 툴레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모모' 극중 내용과 잘 어울려 인기

'천일의 약속'에 등장 '고구려' 이야기 흐름과 상관 없어 집중 부각에도 효과 못봐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이상한 여행'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가 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위)와 소설 '고구려'가 여주인공이 편집하는 책으로 등장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장면들이다.


드라마 속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책들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면서, 드라마 속 책 PPL(간접광고)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PPL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러 번 노출된 '에드워드 툴레인의 이상한 여행'은 최근 한 달새 5만부가 팔렸다. 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PPL도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나오듯 생뚱맞은 제품 소개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불러오고 극의 완성도까지 떨어뜨리고 만다. 똑같이 인기 드라마에서 노출되고도 갈리는 '드라마 속 책'의 성공·실패의 원인은 뭘까.

◇드라마 내용·캐릭터에 녹아드는 책 '성공'=출판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드라마 속에 얼마나 책이 잘 녹아들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외에도 20~30대 여성 시청자, 최근에는 40대 여성 등 PPL 마케팅의 주요 대상층이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선호하는 배우의 출연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또 장기적인 판매를 위해서는 아동·그림책보다 성인·스테디셀러가 좋다는 점, 그리고 PPL이 책 판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연계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드라마 속 PPL이 허용된 첫 해인 2010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책 PPL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엮은 시가 등장하는 등 극 진행에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짧은 기간에 여러 책을 합쳐 30만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책 내용이 드라마에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은 특히 PPL과 무관해도 효과를 보인 책 노출 사례에서 드러난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모모'(미하엘 엔데·비룡소)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케이스다.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와 신념을 주는 특별한 아이 '모모'의 이야기는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극 중 주인공의 캐릭터와 겹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책은 그 해에 50만부가 판매되고 꾸준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며 2010년에는 100만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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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한 '에드워드 툴레인…'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던 도자기 인형이 여행 속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내용이다. 이는 드라마 속 천송이(전지현 분)와 사랑에 빠지는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의 심경 변화와 겹치며 둘 사이의 로맨스를 암시했다.

그 외에 2013년 SBS '주군의 태양'에 노출된 '폭풍우 치는 밤에'(미래엔), SBS '결혼의 여신'에 나온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다빈치), KBS 드라마 '비밀'의 속 복선으로 등장한 '자기 앞의 생' 등 역시 PPL이 아니면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너무 많은 책, 뜬금없는 노출엔 시청자들 '무덤덤'= 업계에서 자주 얘기되는 PPL 실패사례는 김수현 작가의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등장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의 '고구려'다. 여주인공이 출판사 편집자로 설정되며 집중 부각됐지만, 이야기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 속에 호응이 크지 않았다.

또 큰 인기를 끌었던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는 유명 소설가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소개되며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10만부가 팔렸다. 하지만 그 외의 책 여러 권은 큰 영향이 없었다. 또 2013년 SBS '상속자들'에 노출된 임현정·김언희 시인의 시집과 인기작가 김영하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는 기대에 못 미쳤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PPL은 반드시 소개된 책이 아니어도 출판사의 책 전체에 간접 노출 효과가 있다"며 "솔직히 비용만큼 판매 부수가 나오기는 어렵고, 그보다는 홍보에 더 무게중심을 둬 장기적으로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는 것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 책을 잘 안보던 독자들도 새로이 책을 접하는 계기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에 함께 PPL로 참여한 출판사 미래엔 홍보담당자 역시 "참고서 '올리드'를 드라마 속에 노출시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면서도 큰 매출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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