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갈등과 극적인 드라마야말로 스토리의 핵심이자 영화 전체를 이끄는 동력입니다."
할리우드 거장 로버트 저메키스(61·사진) 감독이 3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명장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자신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5년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그가 신작 '플라이트(28일 개봉)'를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화는 추락하는 항공기를 기적적으로 착륙시켜 생명을 구해 영웅으로 떠오른 휘태커(덴절 워싱턴)와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중심축으로 인간의 내면갈등을 녹여낸다.
저메키스 감독은 "영화는 많은 이를 살리는 공공의 선과 개인의 도덕적 결함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영웅으로 받들지만 실제는 개인적 결함이 많은 인물이 겪는 갈등을 관객들이 함께 경험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영화에서 완벽한 비행실력으로 많은 이의 목숨을 구하지만 알코올중독 등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파일럿 휘태커는 덴절 워싱턴이 연기했다. 이 영화로 그는 2013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의 견고한 내면연기 못지않게 '플라이트'는 '캐스트 어웨이' 이후 12년 만에 실사 영화로 복귀한 저메키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동안 그는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등에서 스톱모션과 3D 기술 등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왔다. 저메키스 감독은 "늘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표현기법 등에 관심이 많다"며 "단 감정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보다 스펙터클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 촬영기법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작 '플라이트'에서는 디지털기술을 십분 활용한 실감나는 비행기 추락 장면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일럿 출신이기도 한 감독은 "파일럿이 비행훈련을 받을 때 흔들림을 바로잡는 '스핀' 훈련을 많이 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처럼 기체를 180도 뒤집는 훈련을 하지는 않는다"며 "영화 속 상황에 맞춰 연출한 것"이라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