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여당의 언론 핑계

장덕수(정경부 기자)국민회의는 지난주 밍크코트 로비사건과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 사퇴요구 파동, 6·3재선거 참패, 광주 망월동 오물투척 소동 등으로 이어진 악몽의 한 주를 보냈다. 그런데 아픈만큼 성숙한 줄 알았던 국민회의 지도부가 7일 아침 당 대표부터 권노갑(權魯甲) 고문등 실세들까지 일제히 「언론 탓이요」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야당 언론이 심하게 소리친다고 해서 그 원칙을 무너뜨리는 정부 여당이 될 수 없다』고 말해 金법무장관을 사퇴시키려고 음모를 획책한 시민단체와 언론과의 투쟁에서 승리를 쟁취한 듯 의기양양해 했다. 또 權고문 등 동교동 비서출신 여권실세 7명은 이날 오전 김중권(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직후 최재승(崔在昇) 의원을 통해 『정말 간청하건대 신·구 주류 갈등을 이야기하지 말라』며 『우리는 수시로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충분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곱게 봐주려해도 마치 언론이 여권내 신·구주류간의 갈등을 부추겨 당면한 정국파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투였다. 더욱이 崔의원은 지난 6·3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에 대해 지역시민단체의 지지도와 시간대별 투표율을 일일이 열거하며 『검찰발표가 몇시간만 늦었어도 충분히 승산있었다』면서 『그날 신문 제목을 보니 바로 이것이 진짜 패인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당 지도부의 인식은 재선거 참패, 당 내분, 시민단체의 반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의 소재를 언론에 떠넘기는 거나 다름없다. 집권 2년도 안되는 시점에 벌써 여권지도부의 눈·귀는 「권력의 이끼와 먼지」에 막혀버린 것일까. 새삼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金대행이 이날 아침 간부회의에서 강조한 「그 원칙」이란 과연 무엇인지, 민심과 동떨어진 그 원칙은 누구때문에, 왜 존재해야 하는 지 말이다. /DSJANG@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