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편중되고 있으며,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도 그 자금이 기회만을 노릴 뿐 기업으로는 흘러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발표해도 부동산 열기는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하락한 금리는 이러한 상황을 부추길 뿐 혹시나 했던 기업의 투자나 소비는 꿈적도 않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의(衣), 식(食), 주(住)를 꼽는다. 소득, 재산, 능력에 따라 각각 그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전자의 두 가지와는 달리 주거는 이미 오래 전부터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어 문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이 문제가 될 때마다 미봉책으로 대처한 것과 정부정책이 그때그때 변한 것도 한 몫 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대기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외환위기 이후에 사라졌지만, 부동산은 사놓기만 하면 언젠가는 크게 오른다고 하는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 현실에서 부동산이 관심과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지만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빈부간의 격차를 확대하는 주범이 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부동산에 자금이 편중되어 기업의 투자자금을 잠식하고 결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점, 빈부간 및 지역간 격차를 더욱 심하게 해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 기업인과 개인의 근로의욕과 사기를 꺾는다는 점, 집장만을 꿈꾸는 서민들의 작은 소망을 짓밟는다는 점 등 폐해를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상 급등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뛰어넘어 경제ㆍ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타격을 주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어 경제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파급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침체되어 있는 실물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해 급랭하게 될 경우 그 여파가 부동산에도 미치게 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의 비중이 크고 그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위축되어서는 곤란하다. 결국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하며 이러한 점에서 이제는 수요억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특정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원인을 파악해 수요가 분산되도록 하는 다양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로 인한 수익이 적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세정책도 병행해 뿌리깊게 자리잡은 부동산불패 신화를 잠재워야 한다.
<김영수(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