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의 新人脈] 통신업계, 공공성 강해 관료출신 두각… 대한텔레콤·KISDI는 '이통 사관학교'

이석채 회장·이상철 부회장 등 경복·경기고-서울대 출신 많아<br>이정식·유필계·송정희 부사장 등 KT·LG유플러스 관료출신 상당수<br>창의 강조하는 IT업계 특성답게 특정파벌이 대세라 단정 어려워


이동통신업계에는 유난히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많다. 특히 공공성이 강한 업계답게 관련 정부 부처에서 옮겨와 종사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의 출신 학교는 경기ㆍ경복고와 서울대가 자주 눈에 띄지만 창의성을 강조하는 정보기술(IT) 업계답게 어느 한 파벌이 대세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학맥은 'KS'=이동통신업계 리더 중에는 경복ㆍ경기고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는 소위 KS 출신이 많다. 이석채(67) KT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최두환ㆍ이상훈ㆍ 정성복 KT 사장과 김홍진ㆍ송정희 KT 부사장도 서울대다. 이 중에서도 이상훈 사장은 이상철(64) LG유플러스 부회장, 서진우 SK텔레콤 사장과 서울대 전기공학과 동창이다. 고현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이 부회장과 경기고ㆍ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또 LG유플러스의 이정식ㆍ김철수 부사장과 SK텔레콤의 서진우ㆍ배준동 사장이 서울대 동문이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과 표현명 KT 사장은 고대를 졸업했다. 표 사장은 "KT의 스티브 잡스 같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프레젠테이션에 능하다. 이석채 회장의 경복고 후배이며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이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표 사장은 또 남규택 전무ㆍ민태기 상무 등과 함께 KT 고대 동문회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예전에는 경기고와 경복고 출신 IT 종사자 모임인 '복전회' '화정회'가 있었지만 지난 2000년대 초 잠시 언론의 조명을 받은 후 현재는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모임으로 유지되고 있다. 부사장 직책이 없는 SK텔레콤 사장단의 출신 학교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다. 하성민(55) SK텔레콤 사장이 동래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김준호 SK텔레콤 GMS CIC 사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같은 신일고ㆍ고려대 출신이다. 이통업계 임원들의 최종 학력은 상당히 화려하면서도 전공이 다양하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970년대 미국 버지니아주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와 듀크대에서 공학석사ㆍ박사 학위를 땄다. 이상훈 KT 사장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석ㆍ박사 과정을 밟는 등 공대 출신다운 최종 학력을 자랑한다. 반면 이정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미국 뉴햄프셔의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석채 회장은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자격을 얻었다. 글로벌사업본부장인 김한석 KT 부사장도 인디애나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과정을 마쳤다. 아이오와 주립대 경영대를 다닌 서진우 SK텔레콤 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시절 싸이월드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등 경영 수완을 드러낸 바 있다. ◇관료 출신이 KTㆍLG유플러스 이끌어=KT와 LG유플러스에는 관료 출신 인재들이 많다. 우선 이석채 회장(1996)과 이상철 부회장(2002)이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이 회장은 행정고시 7회로 경제기획원ㆍ농림수산부ㆍ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오랫동안 관료로 살았다. 석호익 KT 부회장도 행시 21회 출신으로 체신부를 시작으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정보통신부에 몸담았다. 이정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행시 24회로 특허청과 당시 통상산업부 등에서 13여년간 근무하다가 1996년부터 LG그룹으로 옮겼다. 이 부사장은 거침없으면서도 논리적인 화법으로 '업계로 옮기기를 잘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행시 22회인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1989년 체신부에서 시작해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 실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LG경제연구원으로 옮겼다. 송정희 KT 부사장은 정보통신부 IT정책자문관ㆍ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각 사가 관료 출신 임원들을 대(對)정부 로비에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정부의 재산인 통신망을 다루는 사업자로서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쪽에만 몸담았던 인물들은 통신망이 국가 재산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에서 오래 근무했던 이석채 회장의 경우 정보통신부에서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초고속인터넷이 한 나라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직접 체험했고 덕분에 KT 회장직을 맡고 있는 지금도 컨버전스(융합) 같은 거시적인 화두를 던지는 데 능하다는 평가다. ◇대한텔레콤ㆍKISDI는 이통 사관학교=현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은 현재 SK텔레콤 주요 임원들의 고향이다. 서진우 SK텔레콤 사장은 1988년부터 삼성전자와 유공을 거쳐 대한텔레콤에서 1997년까지 근무했다. 글로벌 사업이나 신규 사업 부문 쪽에 오래 몸담아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필수인 플랫폼 부문 사장까지 올랐다. 그만큼 트렌드를 읽는 눈이 밝다는 평가다. 총괄 사장인 하성민 사장도 대한텔레콤 출신이다. LG유플러스의 김철수 부사장역시 대한텔레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이 이동통신업계에 산재해 있다. 석호익 KT 부회장이 KISDI 원장으로 1년가량 근무한 적이 있으며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도 정보통신부 시절 KISDI에서 파견 근무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4월 임명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양유석 원장은 KISDI에 10여년간 몸담았다. 다만 이 같은 KISDI 출신들의 인맥은 업계에 KISDI 출신이 더 많았던 2000년대 초ㆍ중반만 못한 분위기다. 한편 이통업계 CEO들은 각자 독특한 스타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결단력과 비상한 머리로 유명하다. KT 회장으로 임명된 이후 KTF와의 합병, 아이폰 도입 같은 굵직한 사안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특히 갤럭시S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SK텔레콤 직원들조차 KT에 이통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고 두려워할 정도였다. 시장의 판세를 읽는 능력과 재빠른 결단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이 회장이 장관시절 수행비서였던 한 인사는 "발언 원고를 주면 한번 쓱 보고 만다. 실제 발언할 때 자기 의견 덧붙여서 얘기하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부분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꼼꼼함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치밀하다. 1982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해 재무 쪽에 오래 근무했던 탓이 크다. 회의 때는 보고서의 숫자를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는 기억력으로 유명했다. SK텔레콤 사장이 된 이후에도 팀장급 직원들에게까지 지시를 내리는 등 업무를 꼼꼼하게 챙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업과 관ㆍ학계를 두루 거친 만큼 시야가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직접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국 본사를 찾아 IT 선진기업을 연구하고 사업협력을 논의하는 열성을 보였다. 페이스북과는 실제로 손을 잡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동통신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신사업 발굴에 이 같은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가 내건 '탈통신'이라는 구호는 이동통신업계의 표준 용어로 거의 정착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탈통신의 일환으로 각종 스마트폰 서비스와 기업 대상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마찬가지다. 최근 오픈이노베이션 부문으로 옮긴 KT 출신의 조산구 상무는 LG유플러스의 SNS '와글' 등을 출시하면서 이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KT에서 12년 근무한 만큼 그가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임명될 때 KT에서 다소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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