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콩밥, 겹눈, 그리고 정치력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話頭)는 통방융합이다. 통신과 방송은 그동안 개별영역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각 영역에 따른 제도ㆍ정책ㆍ사업목표 역시 충돌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망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인터넷TV(IP-TV)의 출현에서 보듯 이제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대세가 됐으며 이에 따른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주도권 다툼 또한 가열되고 있다. ‘콩밥 논란’은 이 같은 주도권 다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로가 자신은 콩밥의 주요 재료인 쌀이고 상대는 보완재 같은 콩이라는 것. 양측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 통방융합 서비스가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는 곧 IT 산업의 경쟁력 후퇴로 이어진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갈등은 관련 업계의 밥그릇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신이 주도권을 잡게 되면 방송은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통신업계에 타격을 주게 된다. ‘시비(是非)는 이해(利害)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을 들추지 않더라도 이들은 자신의 입장이 기준이 되는 외눈박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전체를 보는 ‘눈’이다. 혹자는 이를 물뱀의 겹눈에 비유한다. 물뱀은 머리 위ㆍ아래에 한 쌍의 겹눈이 붙어 있어 물 위에서 공격하는 천적과 물속에 있는 먹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겹눈=다면적 시각=객관’이 가져오는 자연의 선물인 셈이다. 이해 당사자의 주장을 교통정리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결국 해법 도출을 위해서는 전체를 보는 안목과 우선순위를 가려낼 수 있는 제3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몫은 정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 국무총리실 어디에서도 해법 모색을 위한 움직임은 없다. 물꼬조차 터주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무능이라는 ‘이미지 구속’에 시달려왔다. 지금과 같은 정치력 부재가 지속된다면 이미지는 실체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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