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진실과 오류

오갑원 통계청장

“나는 내가 직접 작성하지 않는 통계는 결코 믿지 않는다.”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통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 알려진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실은 이렇다. 이 말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0년에 나치의 선전상인 요제프 괴벨스가 ‘독일 언론에 대한 지시’에서 처칠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전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작 영국에는 처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한다. 단지 처칠 수상을 객관성이 생명인 통계까지도 못 믿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독일이 의도적으로 꾸며낸 말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세상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의외로 많다. 대개 만리장성은 달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것은 1mm두께의 실을 30㎞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2003년 10월에 중국의 첫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 5호의 비행사인 양리웨이도 귀환해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리장성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바로잡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모 일간지에 ‘한국에서 100쌍 중 47쌍 갈라선다’는 기사가 실린 예가 있다.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2002년도에 30만6,600쌍이 혼인하고 14만5,300쌍이 이혼한 것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혼통계를 잘못 해석한 계산이다. 혼인은 당해연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이혼은 이전에 혼인한 모든 가정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통계를 잘못 사용하면 이런 웃지 못할 결과를 가져온다. 한번 잘못 알려진 통계를 바로잡기는 정말 어렵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해 지금은 많이 바로잡히기는 했지만 아직도 ‘한 집 건너 한 집 이혼’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류가 진실보다 더 끈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이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은 진리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오류가 진실인 양 활개치고 다닐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오류를 만들어내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오류가 발견되면 이를 바로잡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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