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7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덧붙여 "재야인사인가 보죠. 재야(在野)에서 직접 인사(人事)를 결정하시는 분들이 있나 본데 그런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연초부터 미술계가 너무도 시끄럽다. 지난해 11월 배순훈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사표 수리와 함께 공석이 된 관장직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공모로 선발되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실장급(옛 1급) 공무원이지만 미술계 최고 기관의 수장이라는 상징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배 전 관장 역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음에도 두 직급 낮은 관장직을 기꺼이 맡았다.
이번 관장 공모에는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 10명이 지원했다. 지원자들은 문화부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후보자로 압축된 후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비롯해 국정원과 경찰 등 정부기관의 인사검증을 거쳐 결정된다.
'미술관장이 그렇게 막강한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소문은 화려했다. 지원자 A씨는 청와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유력설이 돌았고 B씨는 현 정권 실세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억측이 난무했다. 이 때문에 실제 업무를 함께할 문화부의 의견은 반영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험 많은 실력파라도 엄두를 못 낼 자리라는 등 자조적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다 미술대학들 간의 밥그릇 싸움까지 가세했다.
해를 넘기고도 임명이 되지 않자 '재공고'설이 흘러나왔다. 지원자 가운데 적합한 인물이 없으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문화부에 따르면 늦어도 오는 20일께 신임 관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하니 재공고는 걱정 어린 소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관장 공고를 보며 예술을 장악하려는 정치의 권력다툼이 씁쓸하다. 본시 예술이 정치와 경제의 역학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독립성을 지켜줘야 하는 게 사회의 공적 역할이다. 예술이 꽃피우는 자리에 벌이 아닌 파리가 들끓지 않기를 바라며 신임 관장의 지혜로운 미술관 운영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