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지형에서는 이쪽이 먼저 점령할 경우에 가능한 한 지대가 높고 남쪽을 향해 밝은 곳을 골라 진을 치고 적이 습격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반대로 적이 먼저 점령하고 있을 경우에는 차라리 그곳에서 철수해 이를 빼앗으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리한 계획은 처음부터 세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출전은 지형(地形)편이다.
골프에서는 ‘셀프 핸디캡’이라는 게 있다. 자신에게 핸디캡을 줌으로써 실패했을 경우 또는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일종의 자기 방어 수단이다. 라운드 전에 자신이 여러 가지의 조건에 맞는 스스로의 스코어 목표치를 주게 마련이다. 특히 컨디션이 좋을 경우는 생각보다 좋은 스코어를 미리부터 떠올리게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전반, 후반으로 나누어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의외로 좋은 스코어로 전반 9홀을 마무리 짓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를 내거나 난생 처음으로 ‘7자’를 그릴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무리한 공략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100이나 90타를 깰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골프는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 안에서 플레이 할 때 성공 확률이 높은 법이다. 기량의 한계를 벗어난 무리한 공략은 미스 샷을 불러오고 좋았던 리듬과 템포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마음만 바쁘지 목표했던 스코어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셀프 핸디캡’을 여유 있게 부여하면서 조그만 성공에 흥분해 무리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전반보다는 후반에 체력적 소모와 심리적 흥분이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리하면 탈 난다.
/MBC-ESPN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