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요일 아침에] 서둘러야 할 통신방송 융합

김인모 <논설위원>

차세대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대혼선을 빚고 있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갑자기 시장이 불투명해지는가 하면 정책결정의 지연으로 세계시장을 눈앞에 두고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폭넓은 통신 인프라에 나날이 단말기는 다양해지는데 콘텐츠는 한없이 부족해 그릇은 많은데 담을 음식이 없는 꼴이다. 우선 정부가 올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와이브로(휴대 인터넷)를 살펴보자. 당초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오는 2011년에는 가입자가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눈앞에 두고도 허송세월 그러나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에서 진화한 고속다운링크패킷접속(HSDPA)이라는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상용화가 앞당겨질 조짐을 보이자 SK텔레콤 등 참여업체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음성서비스까지 원한다는 전제 아래 와이브로 사업자들은 이동통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지만 어느 쪽이 틈새시장이 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힘든 상황이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이르러서는 사정이 더 난감하다. 콘텐츠가 부족한 위성 DMB의 TU미디어는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 결정을 애타게 기다리며 값 비싼 통신위성을 놀려왔다. 반년이나 지나 뒤늦게 방송위가 재전송을 원칙적으로 허용했지만 방송노조의 반발을 감안할 때 사업자간 자율계약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후발주자인 KTF와 LG텔레콤은 도리어 위성 DMB 서비스를 몇 달 늦춰야 한다는 건의서를 최근 방송위에 제출했다. TU미디어의 최대 주주인 SK텔레콤이 자사에 유리하도록 미들웨어를 조정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자칫하면 지상파 DMB를 의식한 방송위원회의 늑장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온 위성 DMB 서비스가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지상파 DMB를 놓고도 사업자간의 갈등은 만만치 않다. 사각지대를 해소할 중계망 투자에 SK텔레콤이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KTF는 투자 권역의 유통에서 아예 SK텔레콤을 배제하자는 입장인 반면 LG텔레콤에서는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방송위가 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음영지역 해소 등 지원대책을 내놓겠다지만 아직까지는 이통업체들끼리도 지상파 DMB의 부분적인 유료화를 놓고 전략이 엇갈리는 셈이다. 인터넷 프로토콜과 광대역통합망(BcN)에 기반을 둔 주문형 비디오서비스인 IP TV에 이르러서는 더욱 가관이다. 아직 사업성도 판단키 어려운데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기관끼리 얼굴을 붉히고 있는 형국이다. 정보통신부가 일찌감치 인터넷주문형콘텐츠(iCOD)라는 이름으로 컨소시엄까지 구성해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느닷없이 지난달 말 방송위가 우리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iCOD 시범 컨소시엄은 지상파 4사가 태도를 바꾸자 사업추진 협약서를 계획된 날 한국전산원에 제출하지 못했다. 정부기관 사이의 주도권 다툼에 또다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이견·부처 정책조율 시급 이 모든 혼선은 가속화하는 기술발전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부조직과 정책결정은 구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에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 설치안을 조만간 청와대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에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참여정부 들어 방송위의 역할이 비대해지면서 산업연관 효과를 간과, 단말기 융합보다는 지나치게 서비스 융합에 치중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내업체들의 영역 다툼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세계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정책방향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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