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부가 내놓은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숨쉬지 않는’ 시장들은 퇴출시키고 회복기미가 보이는 시장만 살려낸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시설 현대화에 1,500억여원(2005년 기준)을 투입하고 개발사업자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며 국ㆍ공유지 사용도 허가하는 전폭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이 일부 사업자ㆍ건물주 등에만 이익을 줄 뿐 정작 사업장을 잃게 되는 영세상인들에 대한 보호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우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 ‘재래시장 정비계획’을 수립한 후 기능을 상실한 시장을 없앤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전국 1,702개의 재래시장 가운데 14%인 240여개가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다 상인들의 52%가 50대 이상이다 보니 할인점 등에 비해 상품이나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회복기미가 보이는 시장은 인근 상점들과 연계해 민자유치나 공영개발 등으로 자본을 끌어들인 후 ‘리모델링’을 시도한다. ‘주말관광시장’ ‘농부시장(Farmers Market)’ 등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동대문 의류시장, 남대문 주얼리 시장 등은 경영 현대화를 지원해 홍콩 야시장, 일본 아키하바라처럼 글로벌 상권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ㆍ할인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시설을 대폭 현대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 지방재정법과 지자체 조례 등을 개정해 공영주차장을 넓혀주고 주차비도 감면하는 한편 국ㆍ공유지의 사용도 대폭 허용한다. 또 시장 외관을 해치는 통신전주를 옮길 경우 KT와의 협의를 통해 이전비용을 50% 깎아준다. 특히 정부는 주차장, 화장실, 진입도로, 건물 리모델링 등의 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1,068억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저온창고ㆍ물류창고ㆍ작업장 등 공동시설 설치에도 54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재래시장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된다. 먼저 정부는 재래시장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상인조직을 회원으로 하는 ‘전국시장상인연합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9월께 공동상품권을 발행하고 재래시장 박람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항죽도시장, 청주ㆍ충주시장, 횡성, 화천 등 5곳에서 공동상품권을 발행해 사용하고 있다. 또 2007년까지 1만8,000여개의 온라인 디지털 점포를 분양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자연스레 형성된 상권을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만큼 무리수란 지적도 제기된다. 수십년에 걸쳐 생겨난 상권이 지자체의 지도나 조언으로 단기간에 규모ㆍ성격 등이 바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시장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 등이 일부 건물주ㆍ토지주 등에게 주어지는 반면 현재 재래시장에 입주하고 있는 영세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