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표된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놓고 시민들의 비난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면ㆍ복권 대상자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포함되자 보기 민망할 정도의 ‘코드 사면’이라는 비판과 함께 재계 인사들이 대거 배제된 것을 두고 사면의 구체적인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거센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사면ㆍ복권이 결정된 인사는 모두 142명으로 이중 안희정씨와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포함된 반면 횡령ㆍ분식회계로 처벌받은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대통령의 사면권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며 사면권이란 국민화합을 위한 조치인데 오히려 분열만 일으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3)씨는 “개혁을 중요시하던 대통령이 가장 구태의연한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시어머니 욕하면서 그대로 배운 꼴”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양모(36)씨도 “광복절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역사적인 날이지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날이 아니다”며 “해마다 정부는 광복절 행사보다도 광복절 사면에 더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사면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자영업자 김모(45)씨는 “회사가 망해서 자살한 기업인은 있어도 끝까지 소신을 지키다 자살한 정치인은 아직 본 적이 없다”며 “정치인 사면이 왜 기업인의 사면보다 우선돼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성모(35)씨도 “기업인들은 사면되면 경제에 도움이라도 될 텐데 정치인들은 사면받고 나와서 무슨 일을 할지 의심스럽다”며 “더 이상 흠집 있는 사람들이 장관에 임명되거나 청와대에 들어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게시판에도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를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아이디가 ‘hurimain’인 한 네티즌은 “최소한 현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이 사면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개혁적이라는 참여정부가 법을 가지고 장난하는 듯한 인상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가 ‘열린짱’인 한 네티즌은 “열린우리당과 청와대가 하는 말이 모두 제각각이니 국민들은 이 나라에 집권정부가 있는지조차 헷갈린다”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디가 ‘hjep’인 한 네티즌은 “지금의 사면권 제도는 대통령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 사회적 합의조차 거치지 않는 비민주적인 제도”라며 “이런 식으로 운영될 바에는 차라리 없애버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