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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한 편의점. 직장인과 학생들이 아침꺼리를 들고 계산대 앞에서 길게 서 있었다. 바쁜 출근길에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는 모습은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유제품 코너를 보니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우유가 눈에 띈다. '바나나맛 우유'라고 한글로 표시된 제품을 들어봤지만 중국 업체 것이다. 노란 색상에 디자인까지 비슷해 다른 제품을 2~3번 집은 뒤에야 우리 기업인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에서 유사 상표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다. 편의점 안에는 농심 새우깡, 라면 등도 비슷한 이름, 비슷한 포장의 여러 제품과 함께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유사품이 10~20개에 달할 정도. 주요 색채와 로고까지 흡사해 언뜻 봐서는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다. 이들 모두 한국 제품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한글 표기까지 하고 있다.
세계 1위 상표출원 국가인 중국은 한국 기업의 최다 상표출원 국가이기도 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상표출원은 7,700건, 상표등록은 3,815건에 달한다. 그만큼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곳도 중국이다.
우리 특허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재권 소송 1심 접수 10만여건 중 상표사건은 2만3,272건을 차지한다. 조국현 지식재산보호협회 지재권보호경영본부장은 "우리 기업의 중국내 피침해 권리 유형 중 상표가 6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타오바오와 같은 온라인 상에도 모조품이 득실거린다. 적발하면 URL만 폐쇄했다가 다시 다른 주소로 나타나는 식이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내 지재권 침해 제품 유통 건은 2012년 기준 연간 8,700여만건. 지난해 특허청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가 국내기업 제품의 침해조사를 통해 적발한 모조품 유통 건만 1,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크다.
심지어 국내 기업이 진출하기 전에 중국 업체가 아예 상표등록까지 하고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특히 도루코와 세라젬 같이 모조품을 중국이 해외로 수출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일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자 중국 시장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행정당국에 신고하고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바로잡지 못한채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유사 상표 판결을 얻어내는 것도 쉽지 않고, 모조품을 적발해도 판매자에 불과해 근원적인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좋은 재료를 쓰지 않고, 마케팅 비용도 거의 없어 더 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침해조사기관인 Y&Z비즈니스 컨설팅의 왕칸 시니어 매니저는 "적발하면 90% 이상이 판매자이고, 생산업체를 찾아도 재고에는 아무런 상표가 없고 제품을 내보낼 때 상표를 찍기 때문에 찾아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5월 상표법 개정을 통해 악의적 상표 선등록 방지조치를 강화하고, 침해 정도가 심각한 경우 일반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 배상금 확정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단속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허청과 지식재산보호협회는 15~17일 중국 민관합동대표단을 파견, 상해 공상행정관리국과 해관을 방문해 권리자 보호와 모조품 단속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심상희 상해총영사관 영사(특허관)는 "우선적으로 최대한 이른 시일에 상표 등록출원을 하고 해관에 등록해야 한다"면서 "기업도 지재권 보호를 위한 투자에 더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