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칼럼] 美테러 1년 안개속 증시

금융시장에 관한 역사는 아마도 "도대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역사일 것이다.시간이 지난 뒤 보면 투자자들의 집단심리는 참으로 어리석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1987년 10월 투자자들이 앞 다퉈 주식을 팔아치웠던 것이나 지난 99년 닷컴 관련 주식에 대해 '묻지마 식 투자'를 했던 것 등이 이를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어떤 투자 방식이 타당했는지를 구분해내기 어렵다. 테러 이후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으며, 그 중 상당 수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테러 발생 직전인 지난해 9월 10일 9,605.51 포인트로 마감했다. 이후 거래를 중단했던 뉴욕증시가 다시 열린 9월 17일, 다우 지수는 무려 684.81포인트(7.1%) 급락한 8,920.7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금요일인 9월 21일까지 지속, 한 주간 무려 14.3% 떨어지면서 지난 1915년 이후 두 번째로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테러에 대해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라는 형태로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바로 그 다음주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상승세는 12월까지 이어졌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미 경제가 테러로 인한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시장의 투자자들이 확신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즉, 테러 직후 주식을 내다 판 사람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ㆍ4분기의 주가상승은 올해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 봄 뉴욕증시의 주가는 잠시 이어졌던 상승세를 접고 하락세도 반전했으며 햇빛이 뜨거웠던 지난 여름 9.11 테러당시보다도 더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주가는 현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며, 테러 직후 매도에 가담했던 사람이 타당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지금보다도 더 일찍 더 많이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테러 발생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예방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나 집에 틀어 박혀 소비를 자제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를 돕는 일이라는 애국적 분위기가 미국에서 팽배, 주식투자와 소비를 부추겼다. 이 같은 일들이 없었다면 지난 겨울의 상승랠리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9.11 테러가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보다 힘든 것은 앞으로 전개될 사건들이 미칠 파장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공식적인 발표에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라크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모든 사람이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 그 자체도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고의 채권 투자가로 알려진 퍼시픽 인베스트먼트의 빌 그로스 같은 경우는 다우지수가 5,000포인트까지 떨어진 뒤 반등할 것으로 주장하는 반면 클리퍼 펀드의 제임스 깁슨은 지금이 매수시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발 뻗고 잘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한 가운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것. 이 밖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제임스 플래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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