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미국에서 '바위 속의 석유'로 알려진 오일셰일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오일셰일에서 추출되는 원유의 양은 현재 하루 50만배럴 수준에서 오는 2020년에는 3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규모의 산유량은 쿠웨이트ㆍ베네수엘라에 맞먹는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의 오일셰일 유전지대인 이글포드 일대에 불고 있는 개발 붐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글포드에는 12개 원유회사들이 향후 1년 내에 모두 3,000여개의 유정을 뚫을 계획이다. 불과 3년 전 첫 시추가 이뤄졌던 이 유전에서는 현재 하루 1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며 2015년에는 산유량이 42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일셰일은 전통적인 원유와 달리 원유가 생성되는 근원암인 혈암(頁岩ㆍShale)에서 뽑아내는 원유. 유혈암은 수생식물이 암석에 붙어 화석이 된 것으로 이 암석의 성분 중 케로겐을 500도 이상에서 가열 분리하면 가스 코크스, 원유 등이 나온다. 오일셰일에서 원유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수직으로 땅을 파 내려간 뒤 다시 수평으로 시추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물과 모래ㆍ화학물질을 합성한 물질을 바위에 투사하는 소위 '수리학적 파쇄(frackingㆍ프래킹)' 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오일셰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석유의 양은 엄청나다. 서부 일대 콜로라도ㆍ와이오밍ㆍ유타 등 3개 주에 걸쳐 있는 그린리버 유역에만도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의 3배가 넘는 8,000억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95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추진된 오일셰일 개발은 경제적 타당성이 맞지 않고 추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개발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공법이 개선돼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이면 경제적 타산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석유개발회사들은 올해 250억달러를 투자해 모두 5,000개의 새 오일셰일 유전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내 오일셰일 개발이 가장 발전한 노스다코타주 바켄유전의 경우 최근 하루에 4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하루 100만배럴 이상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IHS의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다니엘 예링 회장은 "오일셰일 개발이 대규모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2020년까지 베네수엘라나 쿠웨이트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오일셰일 개발은 과다한 물 사용과 환경오염 문제라는 난관을 안고 있다. 오일셰일에서 1배럴의 석유를 추출하는 데는 3배럴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표면의 오염과 더불어 프래킹 과정에서 식수원의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미 국토관리국(BLM)은 최근 그린리버 유역의 200만에이커에 대한 오일셰일 개발과 관련한 공청회를 콜로라도 덴버에서 개최했는데 여기에서도 수자원이 귀한 서부 지역에서 콜로라도 강의 물 공급을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일정 정도의 오염은 피할 수 없지만 시추 후 모두 정화작업을 할 수 이으며 오염 때문에 오일셰일 개발을 포기하기에는 경제적 손해가 너무 크다며 여론을 설득하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만이나 알래스카의 심해시추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거의 없는 가운데 향후 10년 내에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25% 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개발회사들은 또 오일셰일 개발이 텍사스ㆍ오클라호마ㆍ오하이오ㆍ미시간ㆍ캔자스주 등 오일셰일 유전이 개발되는 지역에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창출하고 수백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예로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인 텍사스 카타리나의 경우 오일셰일 개발 붐으로 낙후됐던 시골마을의 부동산 가격이 2배 이상 올라가고 각종 건물이 들어서는 등 개발 붐의 효과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