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선전담변호사 모집 미달… 왜?

과중한 업무량… 낮은 처우… 인기 떨어져 발걸음 '뚝'<br>배정 많을땐 月 50건 "사건검토 시간 없어"<br>국선변호 평가는 긍정적… "처우개선등 시급"

지난달 전국 10개 지방법원에서 일할 국선전담변호사를 추가 모집했지만 결국 미달사태를 빚고 말았다. 당초 15명을 뽑으려 했으나 지원한 변호사는 불과 10명에 그쳤다. 법원행정처의 한 관계자는 “로펌이나 일반 기업체 등으로 변호사들의 소속이 이미 정해진 뒤라 연초와 달리 지원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지원자들이 면접장에도 나오지 않을까봐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에 대해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업무량이 많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확 줄어들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업무량 과중과 낮은 처우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해 정작 변론 준비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서비스의 질적 하락마저 우려되고 있어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가 매월 처리하는 최대 사건 수는 시행 첫 해인 2005년 25건이었으나 이듬해 1인당 40건으로 급증했다. 사건 배정이 늘어나자 충분한 기록 검토와 변론 준비는 물론 피고인 접견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변호의 질적 하락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지적에 따라 개인당 사건 배당이 지난해 월 최대 35건, 올해는 30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실제로는 이를 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많을 경우 한 달에 50여건의 사건을 책임지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라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국선전담변호사는 “많을 때는 오전에 5~6건, 오후에 2~3건씩 사건을 맡아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사건을 검토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사선변호사처럼 완벽한 서비스를 할 순 없어도 지금은 일이 과하다”고 토로했다. 대법원은 지난달부터 다시 월 25건 정도로 배당사건을 줄였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국선전담변호사는 일선 피의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선처만을 호소하며 형식적으로 임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피의자의 권익향상은 물론 구속영장 발부율도 낮아지는 등 실질적인 법률구조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영장 기각률도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으며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 선임건수는 지난해 2만1,419건으로 2006년의 1만3,759건에 비해 55.7% 나 증가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한 전체사건중 국선 전담사건은 ▦2005년 1,210건(6.6%) ▦2006년 1,949건(10.5%) ▦2007년 3,139건(15.8%)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5건 중에 1건은 반드시 이들을 거쳐가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국선전담변호사들의 노력으로 자칫 억울하게 법적인 피해를 볼 뻔한 사람들이 구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측은 일단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처우도 개선해준다는 방침이다. 보수는 월 800만원(세전)으로 대형 로펌 1년차들의 연봉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나중에 경력 판사로 진출할 때 공익성 경력을 인정해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변호사 수를 늘려 수임 건수를 줄이는 한편 업무 환경 개선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에 소속돼 일을 하면서 급여를 받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이 없어 따로 여러 명이 모여 공동 사무실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실 비용만 월 50만~80만원 수준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공탁금관리위원회의 지원금을 활용, 국선 전담변호사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는 등 경제적 지원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국선전담변호사는? 국선전담변호사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피의자ㆍ피고인을 대신해 각 법원별로 소속돼 이들의 변론을 맡으며 국선변호사건을 제외한 민ㆍ형사, 가사, 행정 기타 일체 사건의 소송대리, 유료 상담 등이 금지된다. 소송구조에 의한 민사사건, 친족이 당사자인 사건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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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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