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역사의 디지털화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콘텐츠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승정원일기를 디지털화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긍희(44ㆍ사진)정보화기획운영 팀장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사료만큼 좋은 원형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공공근로사업 중 하나로 시작한 한국사 디지털 작업은 한국 고대사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료를 디지털로 원문까지 볼 수 있게 했다. 이후 국가지식 데이터베이스(DB)라는 이름으로 사업은 계속됐고 참가한 기관은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해 규장각ㆍ한국학중앙연구원ㆍ고전번역원 등 4곳이다. 현재 한국사와 관련된 기관 25개의 자료를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는 한국역사통합시스템(역통)이라는 포털도 구축돼 있다. 이곳에는 현재 1,000만건의 사료가 축적돼 있으며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데이터는 클릭 한번으로 원문까지 볼 수 있다. 한 팀장은 "정부가 나서서 사료를 디지털화하는 나라가 드물어 우리 시스템을 본 해외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원문까지 구축된 우리 사료의 디지털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러나 최근 이용률 저하 등을 이유로 예산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5년 664억원이던 국가지식DB 구축 관련 예산은 2011년 약 75억원으로 80% 정도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부분의 예산은 시스템 유지비로 충당하고 있어 콘텐츠 축적을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팀장은"한자 사료의 원본 혹은 번역된 경우 번역본을 축적하다 보니 유명 포털처럼 이용률이 높을 수 없다"며 "그러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서구로 확장되는 변화에 맞춰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리 풍요로운 사료에서 이야깃감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국사편찬위원회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역통에 등록된 1,000만건의 데이터 중 절반 이상(52%)이 우리 기관이 구축한 데이터이며 국가지식DB 중 조선왕조실록ㆍ승정원일기 등 이용률이 높은 자료들도 위원회에서 구축한 것"이라며 "미국 국가자료보존청(NARA)에서 입수한 근현대사 자료축적 등 다른 기관에 비해 디지털화해야 할 자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국가지식DB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활용법 강의를 신청받아 무료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한 팀장은 "2007년부터 찾아가는 이용교육을 하고 있는데 첫해만 40군데 이상이 신청했다"며 "대학의 사학과 외에도 문화콘텐츠학과ㆍ역사콘텐츠학과 등 콘텐츠 관련 학과에서도 DB 활용에 관심이 높아져 강의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 이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만 연결되면 세계 어디에서나 원문을 확인할 수 있어 미국ㆍ일본 등에 거주하는 해외 교포들의 문의가 많다"며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검색의 정확률을 높이고 데이터의 체계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 우리 사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 창조의 소중한 씨앗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