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선거, 여전히 정치권만의 리그?

이성기 기자 <정치부>

4ㆍ30 재보궐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각당 지도부는 잠을 아껴가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곳곳을 누비고 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2일 의장 당선 이튿날부터 ‘해장국 정치’를 시작한 후 3주째 표밭을 누비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또한 열심이기는 마찬가지. 텃밭인 영천 지역을 닷새나 찾았다. 이중 두 번은 민박까지 하면서 공을 들였다. 박 대표 말처럼 ‘피와 땀의 지분’을 향한 몸부림을 보는 듯하다. 과반수를 회복해 실용노선 추진에 힘을 얻으려는 문 의장과 반박 진영의 반발을 잠재우고 전당대회 조기개최 주장을 무마하려는 박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앞으로 당내 입지와 차기 대선의 방향이 결정되기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싸움이다. 문 의장이 가는 곳마다 ‘참여정부의 운명’을 강조하고 박 대표가 ‘오는 2007년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읍소하는 이유다.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린다. 후보들은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페어플레이보다는 상대 헐뜯기에 열을 올린다. 급기야 성남 중원과 충남 아산에서는 금품 살포가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25일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재선거 6개 지역에서 적발된 위반 건수만 총27건. 정치권의 깨끗한 선거 약속은 다시 ‘말짱 도루묵’이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고질병 탓이다. 정치권의 열기와는 달리 유권자들은 무심하기만 하다. 선거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국민을 외면해온 정치권은 냉소와 불신의 대상일 뿐이다. “투표해 봐야 소용없어. 누가 되든 우리 같은 서민이 뭐 중요하다고.” ”그 놈이 다 그 놈이쥬. 다 도둑놈들 뿐이유.”유권자들의 이런 바닥 정서를 감싸지 못하면 선거는 늘 ‘그들만의(정치인) 잔치’에 머물 뿐이다. 선거가 진정 축제의 마당이 될 날은 아직 아득해 보인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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