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VOC 경영, 12번째 선수 사로잡기


"거기가 헬로키티 방송사 맞아? 블랙박스인지 아이디어 박스인지 뭔가를 설치하고 나서부터 TV 보기가 너무 불편해! 당장 다 가져가고 원래대로 해줘."

고객센터에 접수된 60대 여성 고객의 전화 내용이다. 헬로비전을 헬로키티로, 셋톱박스를 여러 다른 박스로 둔갑시킨 어르신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상담원은 한동안 애먹었다고 한다.

케이블 방송, 인터넷, 전화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특성상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고객의 불만이 접수된다. 고객 만족 부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실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 하나하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소중한 자산이다.


'고객 지상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아마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 아마존은 전통적인 경영관리 측면에서 매우 경이로운 회사다. 매출은 오르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고 몇 년째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만 주가가 치솟는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고객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판다"며 선제적 변신을 통해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아마존이 미래에 어떤 기업이 될지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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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 경영'은 '고객의 소리 (Voice of Customer)'를 최우선으로 삼아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고객은 오늘날 기업 생존의 키워드다. 고객은 상품과 기업을 평가하고 불만을 세상에 퍼뜨리기도 하지만 기업의 장점과 가치를 광고비도 받지 않고 전파한다. 고객의 신뢰와 칭찬은 기존에 없던 기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만큼 VOC는 '숨어 있는 경영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경영 관점에서 볼 때 고객의 부정적 의견은 갚아야 할 빚과 같다. 직접적인 고객의 불만과 민원, 블로그를 비롯한 SNS상의 부정적인 입소문은 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빚을 갚지 않아 쌓인 불만은 기업에 큰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여기까지는 고충처리 차원의 방어적 고객관리에 해당한다.

보다 중요한 전략은 고객의 의견을 창조적 경영자본으로 삼는 것이다. 불만고객 중 직접 항의하는 고객은 6%에 지나지 않는 만큼 말하지 않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직접 말하지 않는 근본적인 불만까지 해결하고 잠재적인 욕구까지 찾아내 서비스를 개선하고 신상품을 개발해야 기업의 새로운 미래 자산이 된다.

케이블 TV 업계도 새로운 고객가치 창조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2008년부터 매년 '케이블 TV CS Fair'를 열고 우수사례와 CS 개선 사례를 찾아 업계 전체에 전파함으로써 케이블 TV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상품을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한다.

축구에서 팬을 12번째 선수라고 부른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는 팀이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한다. 시장에서도 팬이 된 고객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땀 흘리며 경쟁기업과 싸우고 스스로 골까지 대신 넣어주는 특급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VOC 경영을 통해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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