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라면 춘향전이나 홍길동전 등 우리 고전은 읽지 않고도 모두 알고 있다고 여겨 원전을 탐독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번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들은 춘향전과 홍길동전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춘향전이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지난 2013년 11월부터 약 4개월간 찾아가는 고전 인문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에 강사로 나서 5개 도서관에서 강의를 해 온 설성경(사진)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번 강좌의 의미를 이처럼 설명했다.
대학 교단에서 주로 강의를 해 온 설 교수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강의를 흔쾌히 맡아준 데는 한국 고전이 뻔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과 소설의 역사적 근거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독자들인 시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을 시작으로 영등포평생학습관, 강동도서관, 양천도서관, 강남도서관 등 5곳에서 ‘한국 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이라는 주제를 내 걸고 순차적으로 강의를 진행해 온 그에게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법을 개발하는 실험이었다.
“중학생부터 퇴직한 대학교 교수까지 수강생의 지적 수준이 다양하고 강의를 신청한 목적이 제각기 달라 처음에는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했어요. 하지만 강의를 거듭할수록 수강생들이 원하는 수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요. 때로는 고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또 원할 때는 한단계 더 끌어올려 작품 세계와 작가의 고뇌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기록되어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지요.”
그는 이번 강의를 통해 춘향전이 작자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통해 얻은 결과를 소개하고, 2004년 출간했던 ‘홍길동전의 비밀(서울대출판부)’에서 풀어낸 작품의 배경과 작가 허균의 고뇌를 소개했다. 특히 홍길동전이 실제 인물이라는 그의 견해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제시하는 등 수강생들에게 우리 고전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역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작품을 소개해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 수강생들이 많아지더군요. 덕분에 남성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동안 쉽게 배울 수 없는 우리 고전에 대한 이야기와 연구자의 끈질긴 연구성과에 격려를 보내기도 하더군요. 소설이 대중으로부터 힘을 얻고 한 나라의 정체성을 이어나가려면 역사적인 배경과 작가에 대한 연구가 더 깊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실제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이야기의 전개가 더욱 풍부해지는 것처럼 춘향전, 홍길동전 등 우리 고전도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근거를 더 연구해야지만 작품의 힘이 커지는 것이지요.”
춘향전, 홍길동전, 별주부전, 구운몽 등 우리 고전의 대표작품을 5개 도서관에서 순회 강연을 해 온 그는 “인문학의 최고 목표는 삶의 질 바꾸기”라면서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처세법을 터득하고 한걸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법을 터득하는 기회이자 시민들에게 한국 고전도 지속적으로 연구발전하고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 의미가 적지 않았다”며 “한국 고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위한 한국고전 강좌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좌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