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장보고 시대] 또 하나의 영토 바다

온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속에 지난 9월과 이달에 잇따라 한·일, 한·중간에 어업협상이 타결됐다. 21세기 동북아시아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틀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어업협상 타결은 전초전일 뿐이다. 동북아시아 해양의 완전한 질서구축을 위한 배타적경제수역(EEZ)회담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국제해양체제의 근간이자 해양에 관한 세계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해양법 협약이 채택된 것은 지난 84년. 이 협약은 세계 60개국이 서명한 지난 94년 11월 발효됐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영해 기준선으로 부터 200해리 이내에서는 해저, 지하, 상부수역의 자원개발 및 보존, 그리고 공해방지에 관한 연안국의 배타적(주권적)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즉 육지의 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해양진출이 가속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안국이 해양을 또 하나의 영토로 간주하고 개발하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은 한국이 지난 96년 세계에서 85번째로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련된 법을 공포한데 이어 중국(93번째), 일본(95번째)도 차례로 공포했다. 문제는 3국이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시아 바다의 폭이 400해리에 못미친다는 것. 이에따라 동북아시아 3국은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를 설정하는 회담에 지난 96년부터 돌입한 상태이다. 한·일간 회담은 지난 96년 도쿄 1차회담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차례의 회담을 개최했다. 양국은 세번의 회담에서 경계획정 대상수역, 동해의 경계획정 문제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회담이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에 앞서 잠정적인 어업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어업협상을 먼저 시작했던 것이다. 황해의 경계선을 긋는 한·중간 회담도 지난해 3차례 열렸지만 역시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어업회담을 먼저 열어 타결을 보았다. 이제 3국은 어업협상이 끝났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배타적경제수역회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상의 주무부서인 외무부 관계자는 『내년초부터 삼국간 연쇄 회담이 열릴 것으로 안다』며 『경계획정이라는 것이 바다를 나눠가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삼국간 협상에서는 한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계획정을 위한 회담은 상당한 진통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간에는 어업회담에서도 거론된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고 한·중간의 협상에서도 대륙붕의 인정범위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3국은 모두 배타적경제수역 설정을 통한 바다 영토확보와 개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협상은 타결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한 이회담이 타결될 경우 그 영향은 어업협상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광범위하다. 우선 잠정적인 체제가 구축된 어업질서의 또 한번 재편이 불가피하다. 한·일, 한·중 어업협상은 모두 3년 정도의 단기체제로 배타적경제수역 설정을 위한 경계획정이 이루어질 경우 다시 한번 틀을 짜야한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대륙붕에서의 석유, 가스 자원 개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석유개발공사 관계자는 『석유부존 가능성이 있어 한·일 공동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 남방 7광구의 경우 중간선을 적용했을 때 일본측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대학 강영훈교수는 『모든 국가는 새로운 해양법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시간을 두고 차분히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끌고 나가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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