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기 구조조정만이 살 길"

"조기 구조조정만이 살 길"[비틀거리는 한국경제] (3) 금융시스템 마비 흔들리는 한국경제1. 커지는 불안감 2. 힘빠진 성장엔진 3. 금융시스템 마비 4. 취약한 경제구조 5. 허리 휘는 중산층 『분칠로 얼룩진 선진 직접금융 시스템을 벗겨내고 맨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관변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주식·채권·외환」 등 트리플 폭락이 이어지던 지난 18일 시장불안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환란의 뜨거운 맛을 보고도 체계적 금융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당국자와 시장참여자 모두 선진 직접시장을 모방하며 겉멋만 부려온 현실을 질타한 것이다. 결국 한꺼번에 터진 거시악재 속에서 당국자들은 무방비·무대책에 빠졌고 시장참여자들은 심리적 패닉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현 금융시장은 두 축인 직접(주식)·간접(은행)시장 모두 헝클어진 채 파열음으로 가득 차 있다. 3대축인 주식·채권·외환시장은 유가상승 등 외부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확대재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시장에서는 1,000포인트를 넘었던 종합주가지수가 아홉달새 500대로 내려앉았고 알맹이 없는 벤처열풍에 겉화장으로 들떠 있던 코스닥지수는 번지점프를 하듯 낙하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투매에 나선 외국인들이 달러를 사모으자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압력을 차단하는 유일한 장치였던 환율은 급등하고 채권시장은 물가상승을 우려해 매물만 잔뜩 쏟아내고 있다. 매수는 실종되고 금리는 뜀박질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조)은 튼튼해 걱정할 게 없다』는 외환위기 때의 발언을 3년이 지난 지금도 되풀이한다. 기껏 내놓는 정책들은 한달, 아니 며칠 전 것을 짜깁기한 재탕·삼탕이다. 겉으로는 자본시장 활성화의 기치를 내걸면서도 정책은 초등학교 산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시장의 중심축인 은행도 몸을 추스리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한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창구는 잔뜩 얼어붙어 있다. 증시침체가 계속되자 돈은 은행으로 몰려오지만 닥친 2차 구조조정과 늘어나는 부실은 은행원들을 옥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자동차 매각이 1차 실패로 돌아가 신규지원과 가격하락으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은행원들은 구조조정에 뒤이을 징계 회오리에 몸을 사리고 대출창구는 얼어붙어 있다. 환란 후 검찰에 통보된 금융인만도 982명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에 돈을 풀라고 강요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고 하지만 국회가 공전되는 바람에 지주회사법과 공적자금 추가조성조차 통과되지 않아 기대난망이다. 이속에서 중견기업들은 말라가고 있다. 2차 채권전용펀드 10조원까지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채권시장에서는 여전히 A급 어음만 소화되고 사채시장도 벤처기업에 돈이 물려 급전조차 구하기 힘들다. 「채권시장 마비·은행대출기피→기업 하루살이 연명→금융부실 심화」의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손상호(孫祥皓) 금융연구원 박사는 『앞으로 두세 달이 고비』라며 『관건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외국인의 자금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무대책 속에서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있는 정책수단은 간단하다. 외국인들을 붙잡아두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외신보도대로 현 경기상황을 완전한 하강국면이 아닌 일시적 하락, 즉 「미니 사이클」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미니 사이클을 믿는다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신뢰회복의 길은 구조조정뿐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19 17:0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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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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