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도파 사태의 경우(사설)

연초부터 나돌던 미도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설의 실체가 드러났다. 신동방그룹이 주축이 되고 성원그룹과 외국인 자본이 합세해 미도파 주식 37.07%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동방그룹이 6일 미도파주식의 공개매수의사를 공식 선언했다.이같은 지분율은 미도파의 대주주인 박용학 대농그룹회장과 특수관계인 메트로프로덕트등 계열사 지분합계 32.86%를 능가하는 것이어서 공개매수가 이뤄질 경우 신동방그룹은 미도파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미도파는 대농그룹 20개 계열사의 출자회사여서 미도파가 넘어갈 경우 전체 계열사의 경영권도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신동방그룹은 그동안 단순히 미도파 주식만을 매집한게 아니라 모기업인 (주)대농의 주식마저 24%나 매집한 것으로 나타나 그럴 가능성은 한층 높다. 대농은 뒤늦게 경영권방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모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등 비상조치를 시도했으나 소수주주 보호를 이유로한 법원의 불허결정으로 무산됐다. 우리는 기업간의 인수합병은 원칙적으로 자유경쟁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주주가 경영을 잘못했을 경우 소수주주는 대주주에대해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M&A·Mergers&Acquisitions)제도는 그것이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부실경영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 존재가치가 인정된다. 그러나 대주주로 하여금 경영권방어에만 골몰하게 하는 것은 건전한 기업육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대주주가 경영권방어를 위해 과도하게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게 되면 경영은 왜곡된다. 또 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주식분산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때문에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은 견제돼야 한다고 본다. 신동방그룹은 미도파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 그들의 합작회사인 동방페레그린 증권회사를 창구로 했고 동방페레그린 증권회사를 통해 동남아자본이 매수세력에 가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재벌기업의 경영권 인수에 외세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미도파사태는 더욱 충격적이며 외세의 실체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신동방그룹은 노태우 전대통령과 인척관계에 있는 기업으로서 항간에는 노씨의 비자금이 매입자금으로 동원됐다는 설이 퍼져 있다. 신동방그룹측은 그동안 미도파주식 매입이유에 대해 경영권장악 목적이 아니라 투자목적이라고 증시에 공시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날 공개매수선언으로 그같은 공시가 허위로 판명돼 증권관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됐다. 우리는 신동방측이 허위공시를 하면서까지 미도파의 경영권장악을 시도하고 있는데대해 그것이 기업도의나 자유경쟁의 원리에 합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같이 취약한 경영여건하에서 외국자본을 업고 장막뒤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수 밖에 없다. 이는 기업들의 경영불안으로 번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을 악화시킬 뿐이다. 증권당국과 국세청이 공격자측의 불공정거래 혐의에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하므로 그 결과를 주목하면서 미도파는 물론 다른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상의 허점은 없는지 심각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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