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韓美 FTA,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 아쉽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우리 정부가 뼛조각이 나온 쇠고기의 수입통관 불합격 조치를 취하자 미국측이 전방위 통상압력을 가한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뼈를 제외한 살코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한미간 합의 사항이고 한미 FTA의 예정된 의제도 아닌 만큼 미국측이 쇠고기 수입을 문제 삼아 협상에 미온적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무역구제 분야의 개선도 미국측이 수용거부 의사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은 연내에 행정부가 무역구제 절차의 변경의사를 의회에 통보해야 하므로 연말까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반덤핑 관세 등의 무역구제 절차가 개선되지도 않으면서 양국이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측은 환경 분과에서 미국의 시민단체가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환경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기업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대중참여제도’(PPㆍPublic Participation)까지 허용한 상태다. 또한 노동 분야에서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시민단체 등이 특정 사안에 대해 국내 기업을 고발할 수 있는 ‘공중의견제출제도’(PCㆍPublic Communication)도 상당부분 의견이 근접하고 있다. 이토록 우리측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데 수십년 동안 막대한 벌금까지 물린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측이 협상 자체를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한미 FTA를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한미 FTA는 이번 5차 협상의 진전 여부에 따라 협상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무진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고위급의 막후협상을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은 양국이 다자간 협정에서 누리지 못하는 대우를 통해 호혜의 정신을 나누자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를 통해 허용했던 부분을 우리나라와 나누지 못하겠다는 것은 기본원칙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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